크게 크게 작게 작게
페이스북 트윗터
(영화리뷰)'몬스터', 관객을 가지고 놀 줄 아는 기괴한 공포·스릴러
입력 : 2014-03-07 오후 8:45:41
◇'몬스터' 포스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내가 쟤 죽여줄까?"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살인마가 있다. 싸이코패스의 최종보스 같은 이 남자 태수(이민기 분)는 형 익상(김뢰하 분)의 의뢰에 한 여자를 죽인다. 알고보니 이 여자에게는 열 살짜리 여동생 나리(안서현 분)가 있었다. '이 애를 어떻게 할까' 하던 태수는 '도망쳐. 대신 잡히면 죽는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부탁하면 그 사람도 죽인다'라고 하고 풀어준다.
 
나리가 힘차게 도망쳐 도착한 곳은 동네에서 미친년 혹은 바보라 불리는 복순(김고은 분)의 집. 복순과 여동생 은정(김보라 분)은 나리를 따뜻하게 맞아준다. 그리고 다음날 오전 파출소 가는 길에 은정과 나리는 태수를 만난다. 그리고 태수는 나리 대신 은정을 죽인다.
 
이렇게 영화 '몬스터'는 미친년과 살인마의 맞대결을 시작한다. 세상에 의지할 곳이라곤 은정 밖에 없었던 복순은 동생이 죽은 사실에 미쳐 날 뛴다. 그리고 복순은 나리와 함께 태수를 찾아 나선다.
 
태수는 가족이 있지만 버림받았다. 복순은 태수로 인해 동생을 잃었고, 나리는 언니를 잃었다. '몬스터'는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서로 쫓고 쫓기는 이야기다.
 
◇이민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는 '기괴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신선하다. 황인호 감독의 영화적인 감각이 무섭게 표출된다. '시실리 2KM'나 '오싹한 연애'에서 드러난 창의력이 '몬스터'에서도 묻어난다.
 
감독의 센스는 장면의 반전에 있다. 무서운 장면이 등장 할 것처럼 만들고 웃겨버린다. 또는 슬프게 한다. 그렇게 웃음 혹은 슬픔으로 긴장이 풀어지면 갑자기 공포로 밀어넣는다. 러닝타임 내내 관객을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한다. 관객을 가지고 놀 줄 안다. 한창 영화에 휘둘리고 나면 놀이기구를 탄듯 상쾌한 기분을 받는다. 많은 관객들이 황인호 감독에 대한 궁금증에 사로잡힐 것이다.
 
단순히 영화적인 감각만 뛰어난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가 품고 있는 메시지는 진하다. 살인을 일삼는 괴물 태수 뿐 아니라 극중 인물들이 대부분 괴물이다. 돈 때문에 여자를 때리는 사장, 돈 때문에 얻어맞는 여자, 이상하고 무섭다고 동생을 버린 엄마와 형도 나온다. 아무 감정없이 사람에게 죽이려고 덤벼드는 이는 비단 태수 뿐만이 아니다.
 
이러한 캐릭터들을 통해 무엇이 괴물을 만드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영화는 괴물을 만드는 것은 개인의 성향이 아닌 사회의 홀대와 무관심이라고 말한다. 장준환 감독의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가 가진 메시지와 관통한다. 실제적인 도움을 줄 생각조차 안 하는 경찰, 돈 없는 손님을 비오는 거리로 내모는 택시 기사, 도시 개발을 위해 가진 것 없는 사람을 내쫓는 건설회사가 그렇다.
 
강렬함을 품고 있는 메시지는 전형적인 영화 구성을 탈피해 엇박자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몬스터'가 졸작이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고은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들의 연기력 역시 볼거리다. 황인호 감독이 기자간담회에서 많은 부분을 배우들에게 빚졌다고 했는데, 솔직한 답변인 것 같다. 이민기, 김고은이 아니었다면 김뢰하와 김부선이 아니었다면 안서현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는 졸작이 됐을 수도 있다.
 
'은교'로 데뷔한 김고은은 착하면서도 엉뚱하고 때론 욱하기도하는 복순을 예쁘고 매력적이게 그려냈다. 하얀 백지 같은 은교에서의 김고은은 상상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징글징글하게 목소리를 찢어댄다. 김고은의 변신은 성공적이다. 연기로 웃길 줄 아는 그다.
 
이민기는 신비로운 마스크를 십분 활용해 몬스터 태수를 그려낸다. 가만히 있을 때, 웃을 때, 말을 할 때 언제나 섬뜩하다. 귀신보다 무섭다. 그러면서도 애잔하다. 태수가 불쌍하게도 여겨지는 건 이민기가 그만큼 잘해서다.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해낸다. 
 
김뢰하와 김부선은 영화를 풍성하게 만든다. 김뢰하는 동생을 두려워하는 익상을, 김부선은 우연히 데려온 아들을 두려워하는 새 엄마 경자를 익살스럽게 그려낸다. 영화 말미 두 사람이 살기 위해 만담을 펼치고 억지로 웃는 장면이 뇌리에 깊이 박힐 것이다.
 
◇김뢰하-이민기-김부선(왼쪽 위), 김고은-김보라(왼쪽 아래), 안서현-이민기(오른쪽)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10살 나리를 연기한 안서현은 신통방통한 연기력으로 관객과 마주한다. 부모가 아닌 언니 밑에서 자란 똘망똘망하면서도 예절바른 나리를 순수하고 아름답게 연기한다. 김유정이나 김소현, 김새론, 김향기 같은 뛰어난 아역이 될 것 같은 기대감을 준다.
 
'낮술' 혹은 '조난자들' 노영석 감독 식의 반전을 즐기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분명 즐거움을 얻을 것이다. 잔혹하더라도 공포와 스릴러물을 즐긴다면 '몬스터'는 아마 신나는 놀이기구가 될 것이다.
 
다만 '황해'에서 김윤석이 무기로 사용한 족발다리가 무서웠던 관객은 피하는 것도 좋겠다. 태수의 무력은 '아저씨'의 원빈이나 '황해'의 김윤석을 뛰어넘는다. 잔인한게 흠이라면 유일한 흠이다.
 
 
함상범 기자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