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KBS1 대하사극 '정도전'이 매주 주말 시청자들을 안방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지난 5일 시청률은 17.2%(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동시간대 1위다. '호텔킹'과 '엔젤아이즈' 등이 새롭게 얼굴을 내비쳤지만, 기세는 여전히 등등하다. KBS2 '참좋은 시절'에 이어 토요일 전체 시청률 2위다.
지난해 신라말기를 배경으로 그린 '대왕의 꿈' 이후 KBS는 1년에 한 편씩만 정통사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매년 약 2편여의 방송을 해왔던 정통사극을 편성을 축소했다.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됨에도 불구,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인기를 끌지 못했다는 게 내부에서 편성을 축소한 이유였다.
그리고 올해 1월 '정도전'이 정통사극으로 첫 발을 내딛었다. 조선을 건국하는데 공신이면서 조선 500년 역사의 기틀을 잡았다는 평가의 정도전을 재조명한 이 드라마는 10대에서 50대를 아우르고 있으며, 각종 서점에서 정도전 관련 서적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방송이 끝난 직후 각종 게시판은 '정도전' 글로 도배되고 있다.
이토록 '정도전'이 사랑받는 이유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야기하는 스토리, 연기파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력이 꼽히고 있다.
◇"정치란 무엇인가"..과거를 통해 현재를 말한다
드라마 초반 '정도전'의 대결 구도는 정도전(조재현 분)과 이인임(박영규 분)이었다. 권력을 가진 이인임과 이를 악이라 여기고 처단해 세상을 바꾸려는 정도전의 대결구도가 극 초반 대중의 관심을 샀다.
이 과정에서 정현민 작가는 이인임을 통해 현재 국내 현실에서도 충분히 통용될만한 대사를 이인임을 통해 전달했다.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인 정 작가는 권력에 대해 촌철살인 대사를 과감히 브라운관에 투입시켰다.
이인임의 명대사를 살펴보면 "내가 하루를 먼저 죽는 것보다 권력 없이 하루를 더 사는 게 두렵다", "정치하는 사람에게는 적과 도구, 딱 두 부류의 사람만 있다", "정치인의 허리와 무릎은 유연할수록 좋은 법" "힘없는 자의 용기만큼 공허한 것도 없다. 세상을 바꾸려거든 힘부터 길러라" 등이 있다. 이는 현재 정치인들도 충분히 말할 법한 이야기다.
고려 말 어지럽던 세상이 최근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는 국내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아 서 일까. 정치와 권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정의하는 내용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가 되고 있는 듯 하다.
서병기 문화평론가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야기하는 스토리가 탁월하다. 이인임을 통해 정치와 권력에 대해 정의하는 정 작가의 필력이 예사롭지 않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아우르는 지점은 이전 사극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대목"이라며 "'정도전'은 진화한 사극"이라고 칭찬했다.
◇조재현-서인석(위), 유동근-이광기-박영규(아래) (사진제공=KBS)
◇유동근·조재현·박영규 등 배우들의 압도적인 카리스마
'정도전'에는 소위 말하는 톱스타가 없다. 2030을 대표하는 인기많은 스타가 없는 것이 특성이다. 그럼에도 작품은 스타들이 출연하는 다른 작품보다 회자가 많이 되고 있다. 조재현, 박영규, 유동근, 서인석 등 주요 배역부터 조연, 단역까지 허점이 없는 연기력을 발산하고 있다.
발성이면 발성, 눈빛을 이용한 표정 연기, 리액션 등 어떤 면에서도 '정도전'의 배우들은 최고의 연기를 펼치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믿음이 커서인지 '정도전'에는 클로즈업이 많다. 클로즈업을 통해 긴장감을 높인다.
특히 조재현과 유동근, 이인임, 서인석 등 중견 배우들이 맞붙는 대립신에 클로즈업을 사용하고 있다. 이에 배우들은 압도적인 눈빛과 카리스마로 브라운관을 가득 메우고 있다. 배우들의 얼굴로만 가득찬 브라운관에서 시청자들은 강렬한 인상을 받고 있다.
배우들의 무서운 연기력 때문에 '정도전'에는 '명배우들의 향연'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정도전' 개경전투 현장스틸 (사진제공=KBS)
◇'정도전'의 전쟁신..스케일이 다르다
기존 사극에서 가장 문제점으로 꼽히는 장면은 전쟁장면이다. 생방송을 방불케하는 촉박한 촬영시간과 수 많은 단역이 필요한 제작비 등 여러가지 국내 TV에서의 전쟁신은 놀림감이 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정도전'은 달랐다. 이성계가 왕권을 잡는 가장 큰 사건 중 하나인 위화도회군 이후 개경전투에서의 스케일은 기존 사극에서 볼 수 없을 정도로 화려했다. 병사들이 카메라를 가득 메웠고, 성 앞에서 대립하고 있는 이성계군의 위용이 그대로 드러났다.
힘을 받은 배우들은 더 큰 목소리로 시청자들을 압도했다. 드라마적인 요소 뿐 아니라 연출에서도 허점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정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