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민 (사진제공=MBC)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지난 2007년 MBC '하얀거탑'에서 "저 장준혁입니다"라는 대사만으로 자신의 수술 실력에 자신감을 내비쳤던 배우 김명민. 그 대사가 와닿았던 이유는 아마도 김명민의 입에서 나왔기 때문일 게다.
'베토벤 바이러스'에서도 지휘자로서의 자신감을 온몸으로 고스란히 뿜어냈던 그 김명민이 다시 한 번 MBC 드라마로 돌아온다. 거대 로펌의 변호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정의를 되새기는 '개과천선'이 그 작품이다.
취재진에게 예고편을 선공개하고 배우 및 제작진의 촬영 소감을 들어보는 '개과천선' 제작발표회가 29일 오후 2시 서울 삼성동 더 라빌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김명민을 비롯해 박민영, 김상중, 채정안, 진이한, 주연 등이 참석했다.
다작을 하기보다는 깊이 있게 한 작품을 파고드는 것으로 알려진 김명민이 선택한 '개과천선'은 거대로펌의 에이스 변호사 김석주(김명민 분)가 사고로 인해 기억상실증에 걸린 뒤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자신이 소속했던 로펌과 맞선다는 내용이다.
그는 왜 이 드라마를 선택하게 됐을까. 그 이유를 요리사에 비유했다.
김명민은 "한 인물이 기억상실증을 앓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이 가장 큰 매력포인트였다. 요리사들이 재료가 많은 요리를 할 때 희열을 느끼듯이 배우도 뭔가 할 게 많은 캐릭터를 만나면 희열을 느낀다"며 "복잡하고 내면적인 갈등이 얽힌 캐릭터를 만나면 고민도 들지만 해내고 싶은 도전정신과 희열이 느껴진다. 김석주를 만나고 오랜만에 희열을 느꼈다"고 밝혔다.
김명민에게 희열을 준 캐릭터 김석주는 극초반 승리를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에이스 변호사다. 약자를 돌보지 않고 오직 돈과 승리만을 위한다. 정의보다는 고객이 우선인 인물인 김석주는 기억상실을 거친 후 새 사람으로 변화한다. 정의라는 단어의 중요성을 느끼고 거대 로펌과 맞붙는다. 김명민이 희열을 느낄 이유가 충분해 보인다.
혹자는 김명민을 두고 '명테일'이라고 하고 '본좌'라고도 한다. 그만큼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하려는 노력에서 일컬어진 수식어다. 디테일에 있어서만큼은 최고의 배우로 평가받는 김명민은 이번 작품에서도 그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다.
"내가 알고 있는 변호사들을 관찰하면서 그 말투와 습관, 일상 등을 파악해 모방했다. 모방을 통한 창조"라고 말한 김명민은 "내가 대사가 많아서 말을 빨리해야 맛이 사는데, 그게 쉽지 않다. 그냥 될 때까지 잠꼬대 하듯이 외운다. 비결도 없이 끊임없이 무한 반복 연습을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변호사들에게 많이 묻고 서적도 많이 읽었다. 드라마도 많이 봤고, 재판 참관도 적지 않게 했다. 드라마와 실제에 간극이 있는 것 같다. 그 설정과 리얼리티의 간극을 좁히는게 내 숙제"라며 "실제 변호사들에게 모니터링을 부탁해서 조언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명민 (사진제공=MBC)
변호사이기도 하지만 기억상실증을 앓는 인물이 김석주다. 그리고 새로운 인물로 탄생한다. 마치 1인 2역을 보는 듯한 기분을 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변화하는 두 인물의 차이를 김명민도 고민하고 있었다.
김명민은 "1~2부는 기본적으로 지인들이 갖고 있는 변호사의 특성을 뽑아서 만들었는데, 문제는 그 이후다. 얼마나 달라질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기억상실증을 앓는다고 해서 다 변하는 건 아니다. 개과천선하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조금씩 바뀐다. 후반부에는 차영우(진이한 분)와 싸워야해서 기존 카리스마를 버릴 수 없다. 기존 김석주와 새 김석주의 중간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는 김명민이지만 최근 결과물은 썩 좋지 않다. 영화 '간첩'과 SBS 드라마 '드라마의 제왕'이 화제성이나 시청률, 관객몰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만큼은 최고의 입지를 다져온 그였기에 실패에 대한 아픔도 컸을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부담감이 엿보였다.
김명민은 "시청률이 내 뜻대로 되면 얼마나 좋겠나. 마음속으로는 기도한다. 그게 우리들 생각처럼 되는 것도 아니고 그저 하늘에 맡길 수 밖에 없다. 우리 드라마가 더 디테일하고 웰메이드하게 만드는 게 우리 몫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의 부진이 있었지만, 현장에서 만난 김명민의 한 마디 한 마디에는 장준혁과 강마에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감이 묻어있었다. 하이라이트 영상에서 보여진 김석주의 카리스마와 김명민의 자신감이 맞물리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우연히 김명민과 눈이 마주쳤다. 그 눈빛에는 당당함이 서려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듯 했다.
"저 김명민입니다. '개과천선' 보시죠.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개과천선'은 오는 30일 오후 10시 첫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