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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메이드 드라마 '개과천선'의 날아간 '유종의 미'
입력 : 2014-06-15 오전 9:41:07
◇김명민이 출연중인 MBC <개과천선>이 당초 게획된 18부작에서 16부작으로 조기종영한다. (사진제공-=MBC)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연기의 본좌'라 불리는 배우 김명민이 '1인 2역'이나 다름 없는 김석주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하는 모습이 좋았다. 그와 맞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김상중의 연기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뿐만 아니라 오정세, 진이한, 박민영, 채정안을 비롯해 김윤서, 정한용, 최일화, 이한위, 안선영 등 주조연들의 시너지도 드라마의 수준을 높였다.
 
배우들의 연기력도 연기력이지만, 금융전문변호사의 개과천선을 통해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금융사기에 대한 철저한 파헤침도 MBC <개과천선>을 보는 재미였다.
 
태안 기름유출사고를 연상시키는 에피소드나 복잡하고 난해한 금융사기 키코 사태에 대한 에피소드, 재벌의 부실 사채 판매에 대한 에피소드 등을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금융과 관련한 지식이 없는 시청자가 보더라도 이해가 쉽게 만든 스토리 구성 역시 <개과천선>이 높이 평가받는 이유였다.
 
연기와 재미, 스토리 전개, 강렬한 메시지, 현실에 대한 냉엄한 비판정신까지 <개과천선>은 다양한 장점이 있는 작품이다. 비록 내용이 다소 어려운 탓에 시청률은 10% 미만이지만, 단순히 시청률로 폄하되기에는 수준이 높다. 웰메이드 드라마라 불리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MBC는 지난 14일 이러한 <개과천선>을 조기종영하기로 결정했다. 그 이유에 대해 MBC는 영화 스케줄을 앞두고 있는 김명민에게 화살을 돌렸다. MBC는 김명민이 추가 촬영에 임할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는다며 조기종영 이유를 설명했다.
 
많은 사람들은 거대 권력이라 불리는 방송사가 일개 배우의 스케줄 때문에 조기종영을 하는 것을 쉽게 믿지 못했다. 배우 스케줄 때문에 예정된 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종영하는 경우는 기존 사례에서 찾아보기 힘든 이례적인 일이다.
 
이 때문에 네티즌들은 조기종영 이유를 시청률이 저조한 점이나, 최희라 작가의 쪽대본 등에 대해 문제를 삼았다. MBC의 말을 그대로 믿고 김명민에 대한 분노를 쏟아내는 드라마 팬들도 적지 않았다.
 
논란이 점차 가열되자 김명민 측은 지난 14일 장문의 보도자료로 상황을 설명했다. 김명민의 관계자는 "MBC가 조기종영 이유를 김명민의 스케줄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26일까지 촬영을 해서라도 18부를 소화하고 이동하기로 약속했지만, 촬영현장은 그렇게 돌아가지 못했다"며 열악한 제작환경이 이러한 사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김명민은 3회 분량부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천식환자처럼 기계를 물면서 촬영을 진행했다.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4일간 밤을 새며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김명민의 노력은 방송사의 발언으로 인해 물거품이 됐다.
 
제작환경이 어찌됐든, 김명민의 스케줄 때문이든 차치한다 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것은 MBC가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드라마를 조기종영한다는 점이다. 갑작스러운 결정은 예정된 스토리를 축소시켜야 함이 불가피하고, 그러면 작품의 질은 현저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는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가는 상황이다.
 
그 복잡하고 어려운 금융의 세계를 그려내면서 9%의 시청률을 얻고 있는 점은 <개과천선>이 선전하고 있는 부분이다. 게다가 언론과 평단,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는 작품이다. 이러한 웰메이드 드라마를 꼭 조기종영해야만 할까.
 
조기종영이라는 누군가의 갑작스러운 결정 때문에 밤을 새가면서 작품을 만들어낸 <개과천선>의 제작진과 스태프들, 배우들의 노력은 빛을 보기는 커녕 끝을 제대로 맺지도 못했다.
함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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