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 포스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올 여름 한국영화 블록버스터 4편이 줄줄이 개봉하는 가운데 <군도:민란의 시대>와 <명량>에 이어 세 번째 주자로 <해적: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이 베일을 벗었다.
국내 최초 해양 블록버스터라는 이름을 내건 이 영화는 제작비 150억의 대작으로 지난해부터 기대를 높였다. 김남길과 손예진을 비롯해 유해진, 이경영, 조달환, 신정근, 설리 등 초호화 캐스팅 역시 <해적>의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다.
취재진에게 영화를 선공개하고 배우 및 감독의 촬영소감을 들어보는 <해적> 언론시사회가 23일 오후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렸다.
<해적>은 조선1년 명나라에서 받아온 국새를 고래가 집어삼킨다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해적과 산적, 개국세력의 바다 위 어드벤처를 그린다. 조선 건국 당시 10년간 실제로 국새가 없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상상력을 가미한 작품이다.
영화는 극초반부터 후반까지 쉴 새없이 웃음을 중심으로 극을 풀어간다. 산적의 두령이지만 마치 나사가 풀린 듯한 행동을 하는 장사정(김남길 분)과 스님(박철민 분), 산만이(조달환 분) 등 그 주변인들은 끊임없는 말개그로 웃음을 선사한다.
여기에다 소마(이경영 분)의 이기심을 미리 포착하고 도망친 철봉 역의 유해진은 산적에 합류한 뒤 영화 내내 최고의 웃음꾼으로 활약한다. 끊임없는 말장난과 슬랩스틱 코미디, 다소 과장된 표정 연기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웃음을 터뜨릴 것으로 예상된다. 웃음을 짜내는 듯한 과장된 상황이지만 유해진의 자연스러운 연기력에 어색함이 덜하다. 그간 감초 연기를 통해 쌓인 내공이 <해적>에서 완전히 터지는 모양새다.
이기심 가득한 소마를 내치고 새롭게 해적의 단주가 된 여월(손예진 분)의 해적들은 다소 진지하다. 그런 와중에서도 해적 서열 2위인 용갑(신정근 분)은 진지함을 유지한 채 위트있는 대사로 유머를 선보인다.
영화의 유머코드는 주로 말개그다. 상황을 만들어서 웃음을 주기보다는 끊임없는 말장난으로 웃음을 주려한다. 수준이 높지는 않다. 그저 가볍게 별 생각없이 편하게 웃으면 된다는 듯 말개그를 선보인다. 다소 유치하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10대에서 20대 초반의 관객들에게는 충분히 어필할 공산이 크다.
특히 마지막 감정이 고조된 하이라이트에서도 영화는 틈틈이 웃음을 선사한다. 진지함을 버리고 끝까지 웃음에 초점을 맞춘 것이 이색적이다.
◇<해적> 스틸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내내 유머코드가 만발한 가운데 영화는 산적과 해적이 힘을 합쳐 소마와 관군 일당과 맞붙는 이야기로 넘어간다. 다소 개연성을 포기한 느낌이 들지만, 애초 '조선시대의 고래잡이'라는 설정 때문에 크게 어색하지 않다. 특히 200~250명이 투입된 고래 형상화 작업은 꽤나 성공한 듯 싶다. 바다 속을 헤엄치고 물 밖으로 나와 포효하며 배와 부딪히는 CG는 국내 영화에서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영화를 본 취재진은 할리우드 영화 <캐리비안 해적>과 국내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잔상이 깊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에 대해 이석훈 감독은 "해적을 소재로 하는 영화이다 보니 <캐리비안의 해적>과 많이 비교된다.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며 "규모나 제작비 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난다. 솔직히 난 <캐리비안의 해적>을 재밌게 보지 못했다. 우리 영화가 더 재밌다는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해적> 스틸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를 이끌어가는 김남길과 손예진 역시 기대이상의 연기를 펼쳤다. 특히 김남길은 무거움을 덜어낸 연기가 빛을 발하며, 첫 액션 연기에 도전한 손예진 역시 훌륭한 연기를 펼친다. 두 사람은 진지함과 코믹스러움을 오고가며 때로는 애틋한 러브라인을 펼쳐 풍성한 에피소드를 제공한다.
김남길은 "손예진과 <상어> 이후 두 번째 작품이다 보니 익숙함이 있었다. 같이 연기를 해봤기 때문에 아무래도 편안했다. 새로움은 조금 떨어질 수 있어도 익숙함이 안에 깊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손예진 역시 김남길과의 작업에 대해 만족감을 표했다. 특히 스토리의 감정에 변화가 생기는 동굴신에 대해 언급했다.
손예진은 "동굴신을 초반에 찍었다. 처음 호흡을 맞춘 배우였다면 결과물이 조금 후회될 수도 있는데 다행히 한 번 맞춰봤기 때문에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남길이 워낙 성격이 장사정이다. 장사정의 모습이 평소 김남길의 모습이었다. 맞춤옷을 입은걸 축하드린다"며 미소를 드러냈다.
영화는 메시지나 스토리의 큰 줄기보다는 상황마다의 웃음을 포인트로 잡는다. 웃음을 원하는 관객들에게는 흥미로운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오는 8월 6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