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페이스북 트윗터
(영화리뷰)'타짜2', 전편을 뒤엎은 강형철 감독의 영민한 감각
입력 : 2014-08-26 오후 4:04:25
◇'타짜2' 메인포스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아수라발발타", "이 패가 장이라는 거에 내 돈 모두와 손모가지를 건다",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 말라"
 
이외에도 찰진 대사가 정말 많다. 대사 뿐 아니라 연출, 스토리 전개, 연기력 어느 하나 흠 잡을 것이 없는 영화다. 조승우와 김윤석을 만들었고, 최동훈 감독의 능력을 알린 영화 <타짜>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는 명작이다. 그 명작이 8년 만에 <써니> 강형철 감독의 손을 거쳐 <타짜-신의 손>(이하 <타짜2>)으로 재탄생했다.
 
지난 25일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는 수많은 영화관계자들이 몰렸다. <타짜>는 19금 영화로서 엄청난 흥행(684만)을 거두었다. 완성도와 재미면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 영화가 어떻게 2편으로 만들어 졌는지, 강형철 감독이 또 한 번 어떤 마법을 부렸을지, 최승현과 신세경의 연기력은 어떨지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뜨거웠다. 
◇유해진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는 고니(조승우 분)의 삼촌이 운영하는 짜장면 집을 찾은 고광렬(유해진 분)이 고니의 조카 함대길을 만나는 장면부터 출발한다. 전편과 연결시킨 이 영화의 스토리는 길다.
 
고향에서 사고를 친 대길이 서울로 떠나 꼬장(이경영 분)의 하우스에서 성공한 뒤 친구에게 배신을 당해 나락으로 떨어지고, 고광렬을 만난 뒤 타짜의 새로운 경지를 배워 복수에 나서는 것까지 총 네 개의 큰 단락으로 이뤄진다.
 
전편과 연결이 돼있기는 하지만 색이 전혀 다르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시켰던 <타짜>와는 달리 <타짜2>는 인물들의 허세로 극을 채운다. 여기에 특유의 유머감각을 최대한 살리면서 전편보다는 좀 더 가벼운 분위기로 관객을 대한다.
 
전작에서도 다수의 인물들이 출연했지만, <타짜2>는 더하다. 허들을 넘는 것과 같이 끊임없이 인물들이 쏟아진다. 숨 쉴틈 없이 사건이 진행되지만 강형철 감독은 부드럽고 가볍게 허들을 넘는다. 이 과정에서 보여지는 감각적인 연출은 강형철 감독의 영리함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최승현-신세경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과속스캔들>과 <써니>를 통해 '느림의 미학'을 장기로 부렸던 강 감독은 이번에는 빠른 호흡으로 관객과 마주한다. 무려 147분을 사건의 연속으로 풀어낸다. 샌드백을 치듯 끊임없이 두드리다 보니 긴 런닝타임에도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다. 전편과 전혀 다른 색의 영화를 만드려는 의도가 보인다.
 
전작과의 차이점은 원작의 이야기를 얼마나 흡수했냐에도 있다. 전작이 인물을 제외하고는 이야기의 대부분을 재가공했다면, <타짜2>는 원작의 이야기를 대부분 흡수했다. 이야기가 많다보니 인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기는 하나, 부담스럽거나 몰입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현실감을 줄이고 만화의 판타지를 최대한 살려내는 점도 전작과의 차이 중 하나다.
 
전작과 확연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전작을 사랑했던 관객이라면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과속스캔들>과 <써니>를 좋아했던 관객이라면 무리없이 이 영화에 엄지를 치켜들 것이다. 추석에 성인들이 즐길만한 오락영화가 나왔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모든 대사 하나 하나가 놓칠 게 없었던 전편과 달리 입에 착착 달라붙는 대사가 많지 않은 점은 아쉬움이다. "시나리오 쓰고 있네", "너구리는 머릿 속에 마요네즈만 들었니"와 같은 대사는 <타짜2>에 거의 없다.
 
◇최승현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제2의 조승우'가 되고자 했던 최승현은 아직 미숙함이 보인다. 늘 문제로 제기됐던 그의 발성은 이번에도 발전하지 않았다. 대사가 안 들리는 장면도 적지 않고, 내면 연기에서도 진심이 전달되지 않는다. 다만 까불거리는 인상의 대길의 색을 정확하게 낸다. 연기톤의 일관성을 유지한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여전히 아쉽지만 캐릭터 분석은 훌륭히 해냈다고 볼 수 있다. 
 
섹시한 몸매와 아이 같은 얼굴을 가진 신세경은 허미나를 통해 자신의 매력을 온전히 드러낸다. 갖은 욕설과 잦은 흡연을 통해 이미지 변신에도 성공한다. 20대 여배우임에도 민감할 수 있는 엉덩이를 노출하는 용기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하늬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악녀로 등장하는 이하늬 역시 출연작 중 가장 인상깊은 연기를 펼치고, 살 떨리는 악행을 보여준 곽도원은 <변호인>에 이어 또 한 번 소름을 돋게 한다. 실제 있을 법한 현실감 있는 연기로 극의 중심을 잡는다. 박효주와 오정세 역시 감초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전편에서 등장한 유해진과 김윤석이 있었기에 <타짜2>가 매듭을 지을 수 있었다. 이번 작품에서 편경장(백윤식 분)의 롤을 맡은 고광렬은 편경장에 비해 무게가 떨어지지만 인간미로 이를 만회한다. 유해진은 속세의 잔뼈가 굵은 고광렬을 새롭게 재탄생시켰다. 뒷머리를 질끈 묶은 아귀 역의 김윤석은 카리스마가 더 강해진 능구렁이다. 대사 한 마디, 표정 하나에 그의 힘이 전달된다.
 
예고편에서 등장한 '벗고칩시다'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유쾌하면서도 심장을 조인다. 속옷만 입은 신세경과 이하늬의 몸매 대결과 비너스상 같은 최승현의 복근은 남녀 모두에게 만족감을 준다.
 
<타짜2>는 성인들을 위해 준비된 오락영화다. 아이들은 잠시 재우고 어른들끼리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예년보다 조금 이르게 찾아온 이번 추석. 기분좋게 화투짝을 맞추기 좋은 추석이 되지 않을까 잠시 상상해본다.
 
함상범 기자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