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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우성 "내가 왜 벗었냐면.."
입력 : 2014-10-01 오후 1:04:40
◇정우성 (사진제공=레드브릭하우스)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배우 정우성이 파격 행보를 보였다. 베드신이다. 간간히 우락부락한 근육을 선보이기는 했지만 베드신은 참 오랜만이다. <비트>, <모텔선인장> 이후로는 처음이다. 스타일리시하지도 않다. 저돌적이다. 욕망의 늪에 빠져 추락하는 한 남자를 그린 영화 <마담뺑덕>에서 '청춘의 상징' 정우성은 기존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났다.
 
순수했던 덕이(이솜 분)를 망가뜨리는 나쁜 남자가 돼, 결국 복수를 당하고 파국으로 치닫는 심학규를 연기했다. 욕망에 가득찬 국문과 교수이자 작가인 심학규는 기존 정우성과 판이하게 다른 캐릭터다.
 
"욕구와 자아 사이에서 계속해서 충돌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더 드라마틱하다고 느꼈다"고 이 영화에 출연한 이유를 밝힌 정우성. 최근 만난 정우성은 사뭇 진지한 자세로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우성 (사진제공=레드브릭하우스)
 
◇"새로운 모습 보여주고 싶었어"
 
가장 궁금했던 점이 왜 노출을 했느냐다. 그것도 매우 파격적인 노출이었다. 청춘의 상징으로 혹은 영화 <놈놈놈>에서처럼의 멋진 이미지만을 고수해도 될 법해 보이는데, 왜 작품을 선택했을까가 궁금했다.
 
"노출이 장애되는 요소가 아니었어요. 시나리오가 재밌었어요. 학규라는 캐릭터는 제가 이제껏 보여주지 못하는 새로운 감정을 가진 남자였어요. 상황 자체도 신선했고, 개인적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맛 볼수 있었고, 보여줄 수도 있겠다고도 생각했어요."
 
간단히 요약하면 심학규가 끌렸던 것이다. "이 시점에서 파격적인 역할을 해서 뭔가 보여줘야겠다는 의도는 없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래도 의아하긴 하다. 그렇다면 왜 이전에는 19금 영화를 선택하지 않았던 것일까.
 
"노출신이 있는 시나리오가 충무로에 많지 않기도 하고, 잘 안들어왔어요. 정우성은 안 하겠지라는 생각이 있었나봐요."
 
송승헌의 <인간중독>만 하더라도 베드신이 상당히 감각적이다. 사실적이면서도 예쁘다. 약간의 판타지가 느껴진다. 반대로 <마담뺑덕>은 사실감만 있다. 베드신이 굉장히 세다. "베드신이 전혀 스타일리시하지 않았다. 진짜처럼 보였다. 왜 그렇게 설정했냐"고 물었다.
 
정우성은 "예쁜 척하지 말자고 했다. 보여주려 하지 않았다. 그런 베드신은 닭살스러우니까. 그런 걸 다 뛰어넘는 베드신을 보여주려고 했다. 감정을 온전히 담은 베드신을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를 보고 민망하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미지로 전달하는 게 아니라 정서를 느끼게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말을 할 때의 정우성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묻어있었다. 파격에 도전한 정우성은 10여 년만의 노출 신이 만족스러운 듯 했다.
 
◇정우성 (사진제공=레드브릭하우스)
 
◇"이솜, 큰 산을 넘었다"
 
정우성의 상대역은 신인인 이솜이다.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다. 이번에 제대로 자신을 드러낸다. 하지만 그만큼 난관도 많았다. 특히 여배우에게 노출은 인생의 변곡점이 될 수도 있는 커다란 미션이다.
 
게다가 굉장히 자극적인 캐릭터다. 시골의 청순한 여성에서 복수심에 불타는 여성으로 변모한다. 쉽지 않은 연기다. 이를 꽤 무난히 펼쳤다.
 
선배 정우성에게 이솜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봤다.
 
"배우로서 서막을 연거죠. 엄청나게 큰 산을 넘었다고 생각해요. 잘 수행했어요. 나이가 어림에도 고민을 깊이있게 하더라고요. 고민에 휩싸인 채로 역할을 이행하는데 큰 실수를 하지 않은게 대견스럽더라고요. 베드신 찍기 전에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배우로서도 한 여자로서도 힘든 거잖아요. 최대한 도와주고 싶었어요. 힘들어 보일 때 손잡고 산책도 하고 조언도 하고 그랬죠. 현장에서 편안함을 주고 싶었고, 작품에 대한 믿음을 주고 싶었어요."
 
후배에 대한 애정이 가득해 보였다. "바르고 건실한 느낌이다"고 말했다.
 
"그런 거 싫어요."
 
착하고 건실하게 보이는 게 싫단다. 사실 그간 정우성에게는 바르고 성실한 이미지가 강했다.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다들 그렇게 말씀해주시는데, 저 그렇게 바른 놈만은 아니에요. 바르고 착한 이미지의 사람은 한 번 삐끗하면 후폭풍이 더 커요. 나도 사람이라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거나 실수를 할 수도 있는 건데. 청춘 아이콘에 각인되고 그런 수식어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요."
 
진심이 비쳐졌다. 배우로서도 그는 한 이미지에 갇혀지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을 자극하는 캐릭터에 도전했다고 한다.
 
"나도 술도 먹고 자유롭게 행동하는 사람이에요. 그저 배우로만 지켜봐줬으면 하네요."
 
인간 정우성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는 김하늘과 함께 새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 촬영에 매진하고 있다. 파격을 보여준 정우성. 이 다음 작품은 어떨까. 어떤 형태든 열정적일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함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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