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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한국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항상 혁신을 생각하죠"
탭조이 데이터 사이언스 총괄 진요한씨
입력 : 2015-04-07 오후 4:34:22
[뉴스토마토 류석기자] "저희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이 하는 일이 배관공과 비슷해요, 데이터 분석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또 그 아이디어가 복잡한 시스템 상에서 잘 흘러갈 수 있도록 새는 구멍을 잘 막아야 돼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기업 혹은 세상을 바꿔나간다는 측면에서 미국에서 가장 섹시한 직업으로 꼽히지만, 그 이면에는 물밑 작업들이 많이 필요한 직업이죠."
 
◇진요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사진제공=탭조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세계 최대 모바일광고 플랫폼기업 탭조이에서 데이터 사이언스 총괄(Head of data science)을 맡고있는 진요한씨는 6일 기자와의 영상인터뷰를 통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Data Scientist)라는 직업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실리콘밸리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직업이다. 구글(google), 페이스북(facebook), 링크드인(Linkedin) 등 미국 IT기업들이 대형화 되면서, 기업들의 시스템에 많은 데이터가 모이게 됐고, 쪼개져 있는 데이터들의 의미를 채굴하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의 역할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이 데이터 분석 능력보다 엔지니어로서 기술적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빅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찾아낸 가치를 곧바로 하나의 서비스로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요한씨는 "한국에도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는 직업이 있지만 전통적인 데이터 분석가 영역에 한정돼 있는 것 같다"며 "미국에서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채용할때 분석가적인 역량은 20%정도, 기술자적 역량을 80%정도로  본다"고 설명했다.
 
서울대학교에서 생물교육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 졸업 후 컴퓨터를 배워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관련 사업을 했다. 그러던 중 기술적 역량의 부족함을 깨닫고 미국으로 건너가 컴퓨터공학을 공부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택사스 주립대학교에서 컴퓨터 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데이터 분석 관련 논문을 발표하면서 데이터 분석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다.
 
그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첫 발을 내딛은 곳은 페이스북보다 1년 앞선 2003년에 등장해 전세계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1세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마이스페이스(MySpace)'였다.
 
그는 "마이스페이스에서 일할 당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는 직업이 없던 상황이었지만, 관련 업무를 통해 많은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했던 경험이 큰 자산이 됐고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서 한 단계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남들이 관심 갖지 않은 이른바 '묻혀진 데이터'들의 활용도를 새롭게 발견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 가지 사례로 페이스북의 'People You May Know'라는 친구 추천 기능과 유사한 'People You May looks alike'라는 서비스를 개발했던 것을 꼽았다. 회원들의 프로필 사진에서 얼굴 특징을 추출해 닮은 사람을 추천해주는 서비스였는데, 실제 상용 서비스로 발전하지는 못했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데이터를 활용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직업을 과학자로 인식하는 이유에 대해 "유일한 이유는 관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상 생활에서도 어떻게 하면 더욱 편하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관심을 더 불러 모을 수 있을지 관찰하는 것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서 살아가는데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은 항상 일어나는 현상을 면밀히 관찰하고, 어떻게 하면 혁신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탭조이에서 그는 끊임없이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생산하고 이를 실현시키려고 노력 중이다. 그가 탭조이에서 첫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일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현재 회사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11명으로 늘어났다. 그는 "탭조이 뿐 아니라 실리콘밸리 대부분의 기업들에서 데이터 사이언스 조직을 늘리기 위해 분주하다"며 "최근에는 IT업종 뿐 아니라 전 산업군에 필요로 하고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또 동양인이라는 점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서 성장하는데 오히려 도움이 된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실리콘밸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연스럽게 현지인보다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고객이나 기업 임원들에게 발표를 할 때도 현지인들과 비슷한 수준이라면 바로 밀려나는 것이 이곳의 현실"이라며 "보다 새로운 콘텐츠를 생각하고 동양인의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 "동양인이 수학적인 부분이나 통계학적인 부분이 강하기 때문에 신선한 아이디어를 더욱 잘 잡아낼 수 있었던 것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리콘밸리의 개발자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꿈꾸는 후배들을 격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한국 학생들은 취직이 안 될까봐 미국 오는걸 두려워 하고, 또 스스로 학벌이나 스펙 등을 너무 많이 따지면서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스펙이 좋지 않더라도 정말 이 분야에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이 분야를 공부할 수 있는 대학은 꼭 명문대가 아니더라도 미국에 매우 많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도 풍부하기 때문에 용기를 내볼만 하다"고 조언했다.
 
탭조이는 모바일 앱 개발사들이 사용자들을 통해 최대의 가치를 창출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기업이다. 탭조이의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는 27만 개 이상의 애플리케이션에 설치되어 있으며, 2014년 12월 기준 매 월 5억2000만명 이상의 모바일 사용자에게 광고를 제공하고 있다.
 
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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