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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삼성이 직면한 도전들
입력 : 2015-05-14 오전 6:00:00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와병기간이 1년을 넘어가면서, 재계를 비롯해 한국 사회는 ‘이재용 체제’의 삼성을 서서히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난 1년간 삼성은 조용한 가운데 적지 않은 변화를 겪어 왔다. 우선 이재용·부진·서현의 3세 경영체제 구축을 위한 작업이 분주하게 이뤄졌다. 삼성SDS와 제일모직이 증시에 상장했고 3남매가 보유한 주식가치는 3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경영 승계의 밑그림을 착실히 그리고 있다. 화학과 방산 계열사 분리를 단행한 데 이어 의료와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M&A도 진행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직접 전세계를 누비면서 글로벌 경영자들과 잇단 회동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 최고경영자들에 대해서는 해외 사업장에서 일정 기간 근무하게 하면서 글로벌 감각을 익히도록 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부친인 이건희 회장과는 많은 면에서 다르다. 이 회장이 선두에서 비전을 제시하고 이끌어가는 방식이라면, 이 부회장은 남의 말을 경청하면서도 실질적인 변화를 추구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아직 삼성이 갈 길은 멀다. 세계 경제의 최전선에 있는 해외 경쟁자들의 변화는 가히 '빛의 속도'다. 애플은 팀 쿡 CEO의 지휘 하에 전기차와 핀테크 등 최첨단 분야에 전방위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구글 임원을 지낸 인도 출신의 외국인을 자신의 후계자로 임명하고, 본격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샤오미는 삼성전자의 아성인 스마트폰 시장을 잠식한 데 이어 소형 가전과 핀테크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모두 삼성보다는 훨씬 젊으면서, 조직 문화가 벤처기업 이상으로 유연한 기업들이다.
 
시장의 트렌드가 1년이 길다하고 급변하고 있는 지금, 삼성은 큰 덩치와 신속한 변화를 양립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상명하달’이라는 한국식 기업문화가 더 이상 버텨내지 못할 소용돌이에 직면한 것이다.
 
아울러 삼성이 글로벌 리딩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기업문화 확립이 반드시 필요하다. 노조 문제와 반도체 공장 피해자 보상 등에 대해 확실한 정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동안 한국 경제는 남다른 근면과 도전정신으로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현재의 자리에 올라섰다. 하지만 세계 경제의 한 축이 된 지금, 글로벌 스탠더드를 외면한 채 우리만의 후진적 문화를 고수할 수는 없다.
 
세계 경제는 삼성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그 요구에 부응할 수 있을지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
  
손정협 산업부장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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