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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더불어 함께 같이, 생생협동조합의 ‘생생지락’ 이야기
“개인 혼자 감당하지 않고 공동체가 함께 그리는 은퇴 이후의 삶 모색”
입력 : 2016-02-15 오전 6:01:00
도시를 떠나 제2의 삶을 꿈꾸는 베이비붐 세대. ‘생생협동조합(이하 생생)’은 그런 우리네 부모님들과 청년의 꿈을 실현시키는 협동조합이다. 2014년 설립된 ‘젊은’ 단체로, 현재 60명 정도의 조합원이 있다.
 
몇 년째 한국에서는 고령화 및 청년층의 부양인구 증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지역농업네트워크(RANET)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부양인구는 2010년 기준 38.4명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2060년 추정치는 101.1명인 데다가 부양인구의 분포를 살펴볼 때 노년층이 유소년층보다 약 네 배가량 많아진다. 청년층이 열심히 일해도 부양인구를 다 먹여 살릴 수 없으며, 그 부양인구의 절대다수가 노년층이 될 것이라는 소리다.
 
귀농 현상도 뚜렷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국가통계 포털’의 인구이동 통계를 분석한 한겨레신문 2015년 3월 보도에 따르면 세종 · 혁신도시로 정부기관이 이전한 뒤 2013~14년 2만5000명이 지방으로 이동했다. 2000년 이후 수도권에서 지방으로의 인구 순이동이 해당 시기부터 양수(1만8595명)로 전환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라 주요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이처럼 귀향·귀촌·귀농이 우리 시대의 큰 흐름이 된 가운데, 생생은 이를 잘 파악하여 협동조합의 설립 목적으로 내세웠다. 베이비붐 세대가 도시를 떠나 ‘지역과 농촌에서의 보람 있는 삶’을 사는 걸 돕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도시에서 농촌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작업을 의미하지 않는다. 생생은 ‘생활 방식, 지역에 대한 생각, 생활 공동체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의 전환이 행복한 생활을 보장한다’고 본다.
 
박영범 RANET 이사장은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가 남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오래도록 같이 살 방법을 고안한다”며, “손자·손녀가 내려오면 고구마를 손에 쥐여주고, 김장 담근 김치를 자녀에게 주는 재미를 만들어주는 게 생생협동조합이 그리는 삶”이라 말했다. 그는 생생의 설립 아이디어를 구상한 사람 중 한 명이다.
 
2013년 7월, (사)국민농업포럼은 귀농·귀촌운동을 신규사업으로 채택했다. 그해 10월 귀농귀촌특별위원회가 설치되었으며, 2014년 3월에는 생생협동조합발기인대회가 열렸다. 2014년 4월 창립총회에서, 생협은 ‘베이비부머와 청장년의 귀향 · 귀촌 · 귀농을 지원하여 도농 상생과 지역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고, 귀향 ·귀촌·귀농한 도시민과 지역민이 함께 지역사회의 협동적인 생활 경제 망을 구성하여 지역사회의 재생과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을 구체적인 사업내용으로 제시했다. 이후 2014년 5월 말, 최종적으로 생생협동조합 설립 인가를 받는다. 이처럼 생생은 비교적 역사가 짧지만, 그 사업 포부만은 혁신적이다.
 
이들이 다루는 사업의 분야는 다방면에 걸쳐 있다. 노년층의 귀농을 도울 뿐만 아니라, 청년을 겨냥한 사업도 있으며 지자체를 지원하기도 한다. 구체적으로 자산관리/금융지원/생활자금 마련 등의 ‘재무컨설팅’ ▲토지·주택 정보/주거단지 개발의 ‘주거지원’ ▲취업정보 제공/취업교육 지원의 ‘일자리지원’ ▲창업교육 지원/직거래 멘토링·도농교류 등의 ‘사업지원’ ▲다른 지역으로의 정착지 변경을 지원하는 ‘W턴지원’ ▲도시인 유입/사회적 경제 활성화 등의 ‘지자체지원’ ▲언론사·포털·SNS 홍보/협력캠페인 추진의 ‘홍보 사업’이 그것이다. 이주 전의 개인을 대상으로 교육과 상담 및 정보제공 등의 서비스를 실시하고, 이주 후에 재무컨설팅이나 주거지원 등의 핵심 서비스가 제공된다. 기관과 단체를 대상으로 할 때는 이주 전 자원 조사·지원계획 수립·주거지원 방안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다, 이주 후 지원기관 및 공동체 사업 육성을 도와준다.
 
제러미 리프킨의 저서 ‘3차 산업혁명’에 따르면, 인간 문명의 성격은 그 시대에 사용되는 에너지 체계로 결정된다. 3차 산업혁명 시대엔 재생에너지·생태학적 자아·공감 능력이 필요하며, 더불어 인터넷과 같은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 체제가 요구된다. 화석연료·이기적 자아·근면을 중심으로 하던 1·2차 산업혁명 때와 사뭇 다르다. 그리고 이는 바로 생생의 설립 취지 및 지향점과 일치한다. 박영범 RANET 이사장은 “생생협동조합은 귀농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도와주는 플랫폼”이며, “살고 있는 지역에서의 공통 교육, 이전하려고 하는 지역에서의 현장 교육을 통해 준비 작업을 도와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부산과 수원 등 뿔뿔이 흩어져 있는 사람들이, 특정 지역으로 귀농하기 위해 인터넷이란 매개체로 만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생생의 최종 목표는 ‘지역협동생활경제망 구축’이다. 여기에서 경제 망이란 기존의 1 · 2차 산업 혁명이 좇던 글로벌 경제, 경쟁 경제, 생산 경제 체제가 아니다. ‘의(병원)·식(음식)·주(주거)·육(교육)’을 결합한 지역의 협동 생활 경제 체제를 말하는 것이다. 이곳에서 경쟁이나 소외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 박 이사장은 “한국 사람들이 이러한 체제를 경험하지 못했을 뿐 이탈리아 트렌토 같은 곳엔 이미 협동조합 체제가 잘 잡혀 있다”며, “이 지역의 가치 체계는 자유, 평화, 정직, 평등, 사회적 책임 등”이라고 설명했다. “물과 자연 에너지를 바탕으로 의·식·주·육을 공유할 수 있으면 행복한 삶이 된다.” 바로 이것이 생생이 만들어주고 싶은, 삶의 최종 목적지다.
 
2023년까지 ‘조합원 100만명 가입, 이 중 30%의 농촌이주’를 사업목표로 제시하는 생생은 현재 시흥시와 성북구, ‘사회연대경제지방정부협의회(기초 지자체 37곳의 협력체)’와 관련 사업을 추진중이다. 박 이사장에 따르면 이들은 “시민의 생명과 삶의 질 · 자산을 살리고, 도시 및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얘기하기 위해서 귀농 귀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한 상태다. 시흥시의 경우 이미 TF팀을 꾸려 사업 구상을 하기 시작했다. 사업 진행에 있어 각 지자체는 일종의 보증인 역할을 하게 된다.
 
협동조합의 이름인 ‘생생(生生)’은 중국의 고서 서경의 ‘생생지락(生生之樂)’에서 빌린 것이다. 고대 중국왕조의 군부 반경이 “너희 만민들로 하여금 생업에 종사하며 즐겁게 살아가지 않으면 내가 죽어서 꾸짖음을 들을 것이다”라고 한 데서 유래되었다. 그리고 이는 세종대왕의 국정철학이기도 하였다. 박 이사장은 “생생협동조합을 통해 모든 사람이 편안하게 사는 나라, 그런 공동체를 지향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하는 데, 은퇴 이후의 삶을 개인이 혼자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그리는 일을 해나갈 것이다”라며 생생의 가치를 다시금 강조했다.
 
2014년 4월 21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생생창립총회 모습. 사진/RANET
 
정연지 KSRN기자
편집 KSRN편집위원회(www.ksrn.org)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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