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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국가는 기업의 인권존중 책임에 관한 명확한 기대 표명해야"
지난 25일 제주서 '기업과 인권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NAP)의 도전과 기회' 컨퍼런스
입력 : 2016-05-30 오전 6:00:00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525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 한라홀에서 기업과 인권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NAP)의 도전과 기회를 주제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인권위는 7월 기업과 인권 NAP의 정부 권고를 앞두고 이번 콘퍼런스를 통해 관련 정부부처, 공공기관, 기업, 시민사회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성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인권위가 NAP를 추진하는 목적이 공공기관과 기업에게 새로운 법적 의무를 부과하거나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UN 기업과 인권 이행 원칙>을 설계한 존 러기 교수의 의견과도 일치한다. 오히려 기업 활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를 사전에 예방하고 기업에게 요구되는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경영체계를 구축하도록 지원하는 것으로 이해해줄 것을 당부했다.

 

기업 활동 과정의 민주주의와 인권

마틴스 아나 베아트리즈(Martins Ana Beatriz) 주한 EU 대표부 부대사는 컨퍼런스에서 EU 회원국들이 <유럽 2020 전략보고서>를 채택해 민주주의와 인권을 강조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더불어 국가 로드맵의 최상위 이슈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의 자발적 노력을 기대하면서도 적절한 규제 도입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예로 EU 집행위원회는 2014년 대형 은행, 보험사 등 5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비재무 정보 공시 의무화 법안을 통과시켜 전 회원국들이 2016년 말까지 국내법에 반영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다른 나라와 FTA를 체결할 때, 상대국이 ILO, OECD 기준 등 국제적 기준을 수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콘퍼런스에는 정부부처는 물론 공기업 등 공공기관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인권위의 권고안이 정부의 인권보호 의무는 물론 공공기관의 인권존중 책임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인권규범에 기초하고 있는 인권경영은 기업의 최소한의 책임을 말하는 준법경영보다 더 필수적인 요소이다. 쉽게 말해 기업이 활동하고 있는 국가의 실정법을 준수했다고 해서 인권존중 책임을 다했다고 말할 수 없다.

 

선진국은 물론 사법체계가 후진적인 개도국 실정법은 여러 가지 이유로 국제사회가 금지하고 있는 아동노동, 강제노동, 각종 차별 이슈는 물론 노조의 결성이나 단체 행동 및 단체교섭권 보장, 각종 환경기준 등을 모두 반영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제철웅 한양대학교 교수가 공공기관의 비즈니스가 법령에 근거해 이루어지고 있어 법령에 집착한 나머지 업무 수행자들의 인권 감수성이 둔감해지는 문제점을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즉 법령에 인권관련 규범을 세세하게 반영하지 않으면 그 실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인권위의 NAP안에는 공공기관의 인권경영 제도화, 대기업의 인권경영 권장, 중소기업의 준법경영 정착, 인권피해자에 대한 효과적인 구제절차 제공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담겨있다. 구제와 관련 정부에서 보완해야 할 사항으로 OECD 국내연락사무소(NCP)의 독립성 강화, 인권위의 인권침해 조사구제 범위를 민간기업으로 확대하는 등 제도적 보완을 제안하고 있다. NCP 개선 요구는 그간 인권단체에서도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이슈이기도 하다. 국가의 관할권이 미치지 않는 해외진출 기업의 인권침해에 대해서 피해자들의 진정을 접수하고 고충처리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비사법적 구제 채널인 NCP가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기능을 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질의응답 시간에 뚜레인 아웅(thurein aung) <Action Labor Right>  사무국장은 미얀마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인권실태 보고서를 소개하면서 한국정부가 NAP에 해외진출 한국기업의 인권침해에 대한 대책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OECD WATCH15주년 보고서를 통해, 한국 NCP가 미얀마 슈에가스 개발과 관련한 인권침해 진정사건의 1차 평가서에서 회사 측의 답변이 거의 그대로 반영되었음을 지적해 형평성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공공기관의 인권경영 제도화

금융·투자관련 공공기관의 인권경영 제도화를 위한 내용도 눈에 띤다. 국민연금공단, 한국투자공사 등 기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수출신용과 공적자금을 제공하고,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들이 대상이다. 기업 선정과정에서 또는 투자 및 계약 이행과정에서 인권에 대한 영향을 고려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기업책임시민센터와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현재 방한 중인 <UN 기업과 인권 실무그룹>과 미팅을 갖고 정부와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의 조달과 투자관행에 인권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보완하도록 정부에 권고를 해줄 것을 요청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공기업 등 공공기관은 국가의 특수한 기능을 수행하는 공적기관으로 태생적으로 인권 등 공공의 가치를 사명으로 잉태한 조직이다. 이들 조직이 인권침해를 저질렀을 때는 해당 조직을 소유하거나 관련 기능을 위탁한 국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가의 책임은 소유와 위탁관계가 아니더라도 사법적 비사법적 영향력을 이유로 연루될 수 있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대규모 인권침해 사건이 그렇다. 해당 기업의 자발적이고 성실한 피해자 구제노력을 기대한 이들은 해당 기업들의 행태는 물론 국가의 역할과 뒤늦은 조치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이성훈 한국인권재단 상임이사는 가습기 살균제 문제로 연루된 기업들의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덴마크와 영국 대사관을 피해자들이 방문했을 때, 덴마크 대사관은 피해자들이 구제를 받고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방안을 자국 NAP에 기반, 자세하게 설명해준 반면 영국 대사관은 해당 기업의 문제로 치부해 온도차를 보였다는 사례를 소개하면서 기업들의 자벌적 노력보다는 기업과 인권 관련 국가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권경영은 기업의 인권 존중 책임은 물론 기업 등 제 3자에 의한 인권침해로부터 인권을 보호할 국가의 의무, 인권 침해 피해자에 대해 사법적, 비사법적 수단을 포함한 적절하고도 효과적인 구제수단을 제공할 것을 국가와 기업에게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 및 기업의 리스크 관리와 경쟁력을 강조하는 다양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관련 이니셔티브들과 구별된다.

 

국가는 기업들에게 인권경영이 규제가 아니며 지속가능하고 장기적인 수익창출에 도움이 된다고 설득하는 것도 좋지만, 인권을 존중할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인식시키고 기업이 인권존중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국가가 법령과 제도, 정책 수립 및 보완을 통해 규제와 지원을 동시에 수행할 것이란 점을 명확히 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지난 25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 한라홀에서 열린 '기업과 인권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NAP)의 도전과 기회' 컨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레아 스투베 타일비아 주한 덴마크 대사관 일등서기관, 이성훈 한국인권재단 상임이사 , 심상돈 인권정책교육국장, 제철웅 한양대학교 교수, 마틴스 아나 베아트리즈 주한 EU대표부 부대사. 사진/기업책임시민센터

 

김용구 기업책임시민센터 사무국장/국가인권위원회 기업과 인권 실무그룹 멤버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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