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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귀농귀촌 50만 시대, 농어촌뉴딜이 필요하다
입력 : 2017-11-27 오전 8:00:00
연어가 고향으로 돌아오듯 농어촌으로의 대규모 인구이동이 시작되었다. 2008년을 전후한 시기부터 놀라운 속도로 귀농귀촌 인구가 늘고 있다. 베이비부머의 은퇴시기와 맞물린다. 작년에 50만명 가까운 사람이 귀농귀촌했다. 읍면으로 이동하는 귀농귀촌만이 아니라 도농복합시 ‘동’지역으로 이동하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인구이동은 예상을 뛰어 넘는 폭발적 수준이다.
 
고도성장기 도시로 갔던 세대가 고령화 사회의 노후를 위해 50대 중반 은퇴와 함께 되돌아오고 있다. 최근에는 베이비부머세대의 자녀인 청년층의 귀농귀촌도 급속히 늘고 있다. 2016년 귀농귀촌한 사람 중 40세 미만의 청년이 절반을 넘는다. 도시에서의 취업난과 농어촌에서의 새로운 가능성 때문일 것이다.
 
고도성장기 경운기와 이앙기가 농촌에 보급되자 식구가 많은 것이 더 이상 농사에 유리하지 않게 되었다. 반면 도시는 공장과 회사가 늘어나면서 사람과 자본을 빨아 들였다. 소 팔고 논 팔아서 도시로 향했다. 30년이 지나 그들이 자산을 정리하여 농어촌으로 돌아온다.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자산이 3억 수준이라 한다. 50대 중반에 은퇴하여 3억 자산과 100만원이 안 되는 연금으로 100세 시대 도시생활을 계속할 수 없다.
 
아마도 100세 시대 노후를 위한 설계는 이럴 것이다. 5000만원을 2명의 자녀 셋방 보증금으로 남기고, 이동을 결행한다. 이동은 1억5000만원 이내에 24평형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5000만원으로 집에서 최대한 가까운 곳에 300평 이상의 텃밭을 사고, 나머지 5000만원은 농협조합원 출자금 및 적금으로 저장(?)하고 동면(?)모드로 전환한다. 레슬링의 빠떼루 자세를 취하는 셈이다. 텃밭활동과 연금으로 최소한의 기초대사를 유지하면서 2~3년 지역사회에 동화되면서 새로운 일을 모색한다.
 
이들이 지역에서 실패하면 돌아갈 곳이 없다. 낭만의 귀농귀촌이 아니라 생존의 이동이기 때문이다. 이 생존을 향한 이동 행렬은 2차 베이비부머(1960~1974년생)가 완전 은퇴하는 시기까지, 즉 최소 10년 이상 계속될 것이다. 도시로 인구가 몰려들던 시기 신도시를 만들고, 도로를 건설했다. 이제 역전된 인구 흐름을 따라 농어촌지역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주택, 에너지, 의료, 교육, 먹거리 등 도시의 모든 정책영역이 농어촌지역에 적용되어야 한다.
 
‘뉴딜’ 수준의 정책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뉴딜’이란 단어가 철 지난 과거의 토목 이미지가 강해서 거부감을 느끼는 이도 많다. 하지만 생존을 위한 이동행렬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주택, 병원, 학교, 문화복지시설 등이 지역에 준비되어야 하고, 다양한 일자리가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지역순환경제망을 구축하기 위하여 에너지와 식량 등 미래산업이 지역주민의 소득원이 되게 해야 한다.
 
전 세계 자동차산업이 대략 3000조원, 식품이 4000조원, 의료시장이 5600조원 수준이지만 이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최대산업은 에너지산업으로 무려 1경3000조원 규모라 한다. 의료, 식품, 자동차를 다 합친 것보다 에너지산업이 크다. 세계 10대 기업 중 6개가 에너지기업인 이유다. 모두 석유기업이다.
 
마침 세계는 에너지 전환기이다. 화석에너지시대를 마감하고,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중이다. 1경3000조원의 집중된 에너지시장이 분산을 시작했다. 원전제로를 선언한 독일의 신재생에너지 생산의 절반 이상은 농민과 지역주민들이 담당한다. 사람이 먹는 에너지인 식량과 사람이 쓰는 에너지인 전기를 글로벌 기업의 손에서 농민과 지역주민에게로 돌리는 거대한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그것이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지름길일 것이다.
 
제러미 리프킨은 문명의 전환을 에너지 이용체계와 커뮤니케이션체계의 전환으로 설명한다. 화석에너지에서 신재생에너지로, 근면성실하고 이기적인 자아에서 공감하고 생태적인 자아로, 수직적 중앙집중 권력 및 소통체계에서 수평적 분산 권력과 소통체계로 전환되는 것이 미래문명이라 한다. 맞다. 미래는 자연에 가까운 곳에서 시작될 것이다.
 
미래형 주택과 에너지 및 식량을 중심으로 지역순환 협동생활경제망을 구축하는 것이 농어촌 뉴딜의 핵심이다. 에너지제로주택, 에너지자립마을, 로컬푸드와 6차산업 중심의 지역먹거리체계를 중심으로 추진하는 농어촌뉴딜은 안정적인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고, 활동적인 고령사회를 만들고,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는 지속가능발전의 열쇳말이다. 이젠 농어촌지역으로 눈을 돌리자!
 
박영범 지역농업네트워크협동조합 이사장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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