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많은 화제 속에 막을 내렸다. 여러 가지 말도 많았고 성과도 적지 않았던 방중이었지만, 눈길을 끈 것들 중 하나는 베이징 서민 식당에서의 아침 식사였다.
문 대통령은 주중대사 내외와 함께 조촐한 현지 조식을 마친 후 중국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이용해 식사값을 지불했다. 문 대통령의 휴대폰에는 이 시스템이 설치돼 있지 않아 대사관 직원의 스마트폰을 빌려 식비를 냈다는 후문이다. 이 결제 시스템은 테이블 위의 바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는 방식으로, 식사 후 카운터를 찾을 필요가 없이 앉은 자리에서 모든 과정이 끝난다. 이를 지켜본 문 대통령은 “이걸로 다 결제가 되는 것이냐”고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중국을 찾은 한국 사람들은 모바일 결제 서비스의 간편성에 대해 놀라곤 한다. 걸인들도 목에 QR카드가 인쇄된 종이를 걸고 구걸행위를 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신용카드 시대는 우리보다 늦었을지라도, 모바일 결제 시대는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앞서가고 있는 중국이다.
요즘 우리 사회의 최대 관심사를 꼽으라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가 첫 손에 들어갈 것이다. 가상화폐를 화폐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지만 전세계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우리나라 코스닥과 맞먹을 정도로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가 규제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보도자료 초안을 촬영한 사진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외부로 유출되는 일마저 벌어졌다.
비트코인은 화폐가 아니라고 못박았던 정부 당국도 전면 금지보다는 이를 시장에 어떻게 연착륙시키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조만간 국세청, 블록체인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가상화폐 과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과세 논의에 착수한다. TF는 가상화폐 관련 거래에 어떤 세목으로 세금을 매길 수 있을지에 대해 검토하고 관련 법령 개정, 제도 마련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중국정부는 가상화폐의 발행과 유통을 전면 금지시키는 강력한 규제책을 실시했다. 하지만 그 결과 중국내 가상화폐가 한국 등 외국으로 옮겨와 거래되는 풍선효과를 낳게 됐다. 반면 일본은 가상화폐를 결제수단으로 인정하고 법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미국에서도 시카고 옵션거래소와 시카고 선물거래소가 각각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시작하면서 제도권 진입에 앞장서고 있다.
현재의 가상화폐 열풍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 거품이 꺼지면서 투자자 피해를 양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지언정 섣불리 싹부터 자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2000년대 초반 전세계를 휩쓸었던 닷컴 버블은 큰 상처를 남겼다. 많은 사람들이 투자금을 날리고 실의에 빠졌다. 하지만 그런 중에 구글과 페이스북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은 만들어졌다. 거품은 꺼졌지만 인터넷 산업의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았다.
정부 당국에 운영의 묘가 필요할 때다.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엄격히 관리하되 투자자와 사업자들이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가상화폐 시대를 한국이 선도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손정협 증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