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KSRN·대표 김영호)는 2017년 한해 동안 한국사회가 보다 책임성 높은 사회로 진일보하는 데 기여한 사건과 이에 역행하는 사건을 모아 ‘올해의 7대 뉴스’로 선정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중심으로 한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집행위원회(위원장 안치용 한국CSR연구소장)가 집담회를 통해서 ‘7대 Good News’와 ‘7대 Bad News’를 선별했다. 먼저 <7대 Good News>를 발표하고 다음주에 <7대 Bad News>를 내보낸다. 새해에는 좋은 뉴스만 넘쳐나는 세상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에너지 정책
지난 7월 8일 문재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를 통해 원자력발전과 석탄화력발전 중단을 골자로 하는 에너지 정책을 공개하면서 국가에너지 정책의 대전환을 천명했다. 정부는 6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8기의 일시 가동 중단을 시작으로, 고리 원전 1호기 영구정지, 탈원전 로드맵 발표까지 확고한 탈원전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10월 정부가 발표한 탈원전 에너지 정책 로드맵에 따르면 신규원전 건설계획은 백지화된다. 원전은 2017년 24기, 2022년 28기가 되지만 2031년부터는 18기, 2038년에는 14기까지 단계적으로 감축되며, 이러한 원전의 단계적 감축방안을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31년)과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2038년)에 반영할 방침이다. 또한 현재 7%인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30년에는 20%까지 확대함으로써 태양광·풍력 등과 같은 청정에너지를 확대공급할 계획이다.
②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확정 및 사회책임투자위원회 설립
국민연금이 내년 하반기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사회책임투자위원회를 설립한다. 지난 10월 31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정부는 국민연금기금을 관리 및 운용하는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에 사회책임투자 관점에서 기금운용을 평가하고 모니터링하는 ‘사회책임투자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하기로 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기업에 대해서는 연금투자를 제한하거나 투자처를 다른 기업으로 변경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1일에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내년 하반기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을 공식화함으로써 국민연금이 지분을 보유중인 국내 주요기업에 대한 지배구조 감시가 본격화한다. 그간의 국민연금 행태에 비추어 사회투자위원회 설립과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 결정은 매우 의미 있는 사건으로, 국내 금융 시장의 사회 책임 투자 진전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③ 산업발전법 개정안 국회 통과
지난 11월 24일 국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촉진을 위한 5개년 계획 수립을 골자로 한 ‘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속가능경영 종합시책을 5년마다 수립해야 하며 연차별 세부계획도 함께 수립해 시행해야 한다. 따라서 첫 번째 지속가능경영 종합시책은 오는 2018년 11월 24일까지 수립된다. 현행 산업발전법 제19조 제1항에 ‘정부가 기업이 경제적 수익성, 환경적 건전성, 사회적 책임성을 함께 고려하는 지속가능경영 활동을 추진할 수 있도록 종합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고 명시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동안 실제로 종합시책이 수립되지는 않았다. 이 법안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지속가능경영 촉진이 정부차원에서 실제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④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지난 2월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특검팀이 확보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에는 세 차례에 걸친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단독 면담 사실과, 이 자리에서 경영권 승계가 논의된 정황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고, 이는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다. 이후 재판부는 “대한민국의 최고 정치권력자인 대통령과 대규모 기업집단의 정경유착 병폐가 과거사 아닌 현재진행형이었다는 충격에 대한 신뢰감 상실은 회복 어렵고, 피고인들이 삼성그룹 대표 임원들이란 점에서 사회와 경제에 미친 부정적 영향 크다” 며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철옹성 같았던 삼성에 대한 최초의 법적 단죄임과 동시에 부도덕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계기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⑤ MBC 최승호 사장 선임, 공영방송의 사회책임 강화
지난 7일 MBC 대주주 및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는 새 MBC 사장에 최승호 PD를 내정했고, 이어 MBC 주주총회에서 선임이 최종 확정됐다. 이로써 최승호 신임사장은 지난달 해임된 김장겸 전 사장의 잔여임기인 2020년까지 MBC 사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최 신임사장은 2010년 PD수첩을 통해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다루다 경영진과 갈등을 빚었고, 지난 2012년 파업참여를 이유로 해고된 후 1997일 만에 사장으로 복귀하게 됐다. 최 신임사장은 첫 출근일인 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와의 공동선언문 발표를 통해 지난 2012년 해고된 MBC 언론인 6명을 전원 복직시킨다고 밝힘으로써 지난 9년간 권력이 정보기관을 동원해 자행한 방송장악의 역사를 청산하기 시작했다. 최 신임사장의 선임을 계기로 MBC 정상화 및 공영방송의 사회책임 실현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⑥ 노동이사제 논의 본격화
지난 7월 발표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는 “2018년부터 공공기관 감사 독립성 강화 및 노동이사제 도입을 통한 공공기관 지배구조 개선”이 명시됐다. 이후 최근 KB금융지주 임시 주주총회에서 노동자 추천 사외이사 선임안에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부결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노동이사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노동이사제는 이사회 기능이 정상화하면서 비윤리적 경영을 견제할 가능성을 높여주고 노사관계를 안정시킴으로써 기업의 효율성 및 사회적 효용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는 서울시가 2014년 도입 계획을 밝힌 데 이어 현재 공공부문에서 노동이사제(근로자이사제)를 시행하면서 근로자 100명 이상인 공공기관에서는 노동자 대표 1~2명이 이사회에 이사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⑦ 최흥식 금감원장, 기업의 사회적 책임 공시 추진
지난 9월 최흥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독려하기 위해 비재무적 정보의 공시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저출산 대응 노력, 환경 보호, 노사 관계 등과 같은 비재무적 사항(ESG : 환경, 사회, 지배구조)을 공시하도록 해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한 기업이 시장에서 인정받도록 하고, 국민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알고 투자할 수 있도록 공시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 3월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기업의 윤리경영, 지배구조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정보를 사업보고서에 기재 공개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아직은 자율공시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그동안 접하기 힘들었던 기업의 비재무적 정보를 앎으로써 투자 판단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