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과 이병철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이 연초부터 다시 격화되고 있다. 이번엔 권 회장이 가진 지분을 매각할 경우 이 부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가 가능할지가 논란이다. 이 부회장이 매수청구권 행사를 완료할 경우 1대 주주가 바뀌고, 반대로 무산될 경우 허위공시에 대한 중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일 KTB투자증권은 이 부회장이 권 회장으로부터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통해 대량의 주식을 매수한다고 공시했다.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주식수는 1324만4956주(18.76%)로 매매대금은 주당 5000원, 총 662억원 규모다. 회사에 따르면 거래는 2월 말에서 3월 초 완료될 예정으로, 완료 후 이 부회장의 지분은 14.00%에서 32.76%로, 권 회장의 지분은 24.28%에서 5.52%로 대폭 축소된다. 자연스럽게 최대주주는 이 부회장으로 변경된다.
권 회장과 이 부회장은 지난 2016년 4월20일 우선매수청구권 계약을 체결했으며 보유주식에 대해 상호 양도 제한과 우선 매수권, 매도참여권을 보유하기로 합의했다. 이 부회장 측은 "권 회장이 지난달 19일 보유 주식의 제3자 매각을 통지했고, 이 부회장은 주주간 계약에 따라 우선매수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KTB투자증권이 밝힌 거래종결 선행조건은 ▲본건에 대한 정부 승인을 모두 취득해야 하며 ▲거래종결일 또는 그 이전에 권 회장이 지명해 선임되어 있는 이사 3인(사내이사 1인 포함)이 사임해야 하고 이 부회장 측이 지명하는 후임 이사를 선임하기 위한 주주총회가 개최돼야 한다는 것 등이다. 거래 종결일은 통지서 수령일로부터 2개월이 되는 날과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변경승인 등 거래에 필요한 정부승인을 받는 날이다.
그러나 권 회장측은 이날 공시 직후 이 부회장 측에 우선매수청구권 행사가 '무효'라고 통보했다. 우선매수청구권 행사가 이뤄지려면 지난달 19일 제3자와 합의한 매매조건과 동등한 조건을 수용해야 하는데, 이 부회장측이 자기에게 유리한 것만 골라 일방적으로 매수청구권 행사를 통보했다는 것이다.
권 회장이 당시 합의한 매매조건에는 ▲향후 3년간 임직원 고용보장 ▲매수인 하자로 인한 계약 불이행시 위약금 지급 ▲계약 체결 5일 이내 매수자금 출처 소명 ▲권 회장이 12월 취득한 287만주에 대한 매각권리 보장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해 보면 지난해 12월19일 권 회장과 제3자간 매매조건 합의가 있었고, 그 직후 주주간 계약에 따라 이 부회장 측에 통보가 이루어졌으며, 같은 달 29일 이 부회장 측이 권 회장 쪽에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통보했으나 주요 매매조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는 것이다.
권 회장 측 관계자는 "지난달 제3자와 매매조건에 합의하고 이 부회장과의 주주간계약에 따라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지, 동반매도에 나설지 결정하라고 통보한 것인데, 거래 조건에 대한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공시까지 나아갔다"며 "통보한 조건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 한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측은 "공시된 내용을 그대로 이해하면 된다"면서 "우선매수청구권 조건 등은 매매대금이 오고가는 과정에서 차차 협의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KTB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현재 매매조건을 수용할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는 있지만, 자금마련과 출처 소명 등 난제가 많아 어떻게 결론이 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무산될 경우 이 부회장이 허위공시에 대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법정공방으로 비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왼쪽)과 이병철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놓고 연초부터 다시 가열되고 있다. 사진/KTB투자증권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