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진영 기자] 한국GM의 재무상태 점검을 두고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이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검토하고 있는 한국GM의 특별 회계감리가 3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산업은행의 실사 종료 후에야 회계감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정부의 한국GM 지원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경영상태 점검이 필수적인데, 당국의 감리 자료가 반영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4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국GM을 대상으로 회계 특별감리를 검토중"이라며 "큰 문제인 만큼 회계감리에 대한 움직임도 조심스러운 상황이고 회사 규모가 크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끝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한국GM 특별감리 검토는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한국GM 회계감리를 위해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언급한데 따른 것이다. 증선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용범 부위원장은 이날 같은 자리에서 한국GM의 특별 회계감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반적으로 금감원은 한국GM 같은 비상장사에 대해서는 회계감리 권한이 없지만 증선위가 감리를 지정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가능하다. 증선위가 특별감리를 결정하면 금감원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한국GM에게 재무제표 등 장부와 서류 및 업무와 재산상태에 대한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 한국GM의 경영 상황을 법적강제력을 통해 살펴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금융당국이 회계감리를 통해 경영자료를 들여다보더라도 정부의 한국GM 지원 결정에 반영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산은이 빠른 실사를 통해 2∼3개월 내로 결론을 내리고 투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계획인데, 금융당국의 회계감리 결과가 이보다 늦게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단순 조사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고 행정질의 절차와 항변권 등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실사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산은은 GM측과 논의중인 실사 합의서에 회계감리 자료를 포함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산은의 한국GM실사는 당초 지난주 중으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사 시기 및 범위에 대한 협의가 완료되지 않아 아직까지 첫발을 떼지 못한 상황이다. 산은 관계자는 "실사 전에 자료에 협조를 하지 않으면 실사를 못한다는 방식으로 자료협조에 대한 전제조건을 포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산은의 이 같은 엇박자 움직임에 대해 예상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표면적으로 한국GM의 문제가 불거진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국회의 지적을 받고 나서야 금융당국은 회계감리를 결정 했다"며 "금감원과 금융위가 손을 잡으면 특별감리가 가능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칸막이 행정과 책임감 없이 서로 미뤄왔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4일 한국GM에 대한 특별 회계감리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왼쪽)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뉴시스
양진영 기자 cam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