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에 쓰인 글귀다. 조지 버나드 쇼 사후 7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 회자되는 묘비명은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한 지난 한달 간 기자의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가상화폐 투자 또한 매번 후회와 번민의 시간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난 한 달간 투자 수익은 6일 오전 11시 기준 평균 30.9%로 나쁘지 않다.
그러나 살까 말까 망설이던 코인이 하룻밤 새 급등하는가 하면 매도시기를 놓치고 고점에 물리기도 했다. 투자를 하지 않았어도 코인 가격이 오르면 사촌이 땅을 샀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처럼 배가 아프고, ‘그때 살걸’이라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지난달 6일 처음 가상화폐 투자기를 썼을 때만 해도 그렇다.
당시 가상화폐 시장은 실명계좌 도입과 글로벌 규제 여파로 비트코인 한 개 가격(이하 업비트 기준)이 662만원까지 급락하면서 폭락장이 펼쳐졌고, 시장에서는 가상화폐의 거품과 종말을 예고하기도 했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도 가상화폐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조금 더 시장을 관망한 후에 투자에 돌입하려고 했다. 하지만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 하는 법.
업비트 계좌에 넣어둔 100만원 중 0.01BTC(비트코인)를 695만원에 샀다. 원화로 환산하면 6만9500원치를 산 셈이다. 소액이지만 이를 기점으로 하락할 때마다 조금씩 매수해 평균 단가를 낮추려고 계획도 잡았다.
하지만 웬걸. 자고 일어나니 테더 청문회(미국 상원의 가상화폐 청문회)에서 추가 규제 방안이 언급되지 않으며, 가상화폐 가격이 상승하고 있었다.
부랴부랴 1005만원에 0.01BTC를 매수하고 나니 너무 안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액의 투자였기 때문에 주요 이슈들을 간과했다는 마음이 들어서다. 시장을 살펴보니 테더 청문회에 따른 호재도 있었지만 시시각각 바뀌는 정부의 규제 방향과 거래소의 불안정한 시스템 등 위험 요소도 존재했다.
최근 한 달간 비트코인 시세 변화. 그래프/업비트
가상화폐 가격은 이슈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널뛰는 만큼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의 자세가 필요했다. 60년대 가족계획 표어처럼 덮어 놓고 투자하면 거지꼴을 못 면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코인판이나 트레이딩 뷰와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관심 있는 가상화폐의 동향을 체크했다.
다만 커뮤니티 상에는 거짓 정보도 많기 때문에 무작정 휩쓸리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실제 지난해 말 한국의 한 고등학생이 비트코인 시세차익을 노리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허위 글을 올린 사례가 있었던 만큼 '좋은 코인에 투자하기'라는 투자 원칙을 고수하고자 했다.
그 사이 비트코인은 지난달 21일 1414만9000원까지 올랐고 등락을 반복하다 1200만원 대에서 보합세를 그리고 있다. 비트코인 수익률 역시 65%까지 뛰었다 현재 47% 수준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물론 결과가 장밋빛으로만 끝나는 건 아니다.
라이트코인의 경우 가상화폐를 기반으로 한 결제시스템 ‘라이트 페이’가 나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0.5LTC(라이트코인)을 매수했지만 직불카드 출시가 연기되며 수익률이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고, 적절한 시기에 매도하지 못해 후회스러운 마음도 들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일주일간 코인 시장의 흐름만 봐도 살루스나 넥서스, 트랜스퍼코인 등 알트코인이 각각 65.44%, 64.65%, 61.7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단기 투자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덮어놓고 가상화폐에 투자하기보다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선택하려고 마음을 다잡는다. 다음달 투자기에는 잘 잡힌 마음이 수익률로 나타나길 소망한다.
6일 오전 11시 업비트 가상화폐 투자 내역. 사진/백아란 기자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