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시절, 하나은행 채용 과정에서 임원 추천자는 '서류전형'이 면제되는 특혜를 알면서도 지인의 아들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최흥식 금감원장이 "단순히 이름만 전달했다"고 해명한 것에 대해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흥식 원장이 하나금융 사장 재직 시절인 2013년 당시 하나은행에는 이른바 '임원 추천자 지원 제도'가 있었다는 것이 확인됐다. 임원 추천자 지원 제도는 회사 임원이 추천한 지원자에 대해 채용절차(서류전형-필기시험-임원면접) 가운데 서류전형을 면제하고 바로 필기시험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당시 회사 임원이 추천하는 지원자는 자동으로 서류전형을 통과시키는 제도가 있었다"며 "암묵적인 관행이라기보다는 비공식적인 인사 내규로서 임원들도 공공연히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최흥식 원장은 본인의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해 "단순히 이름만 전달했을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서류전형 통과'라는 특혜를 알고 추천했다는 것이다. "채용 과정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는 해명이 무색해진다. 공채때마다 1만여명의 지원자가 몰리는 감안하면 최 원장의 추천자는 아버지 친구(최 원장)의 추천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수백대 1에 달하는 경쟁률 싸움을 피한 것이다.
금감원에서는 최 원장의 '내부 추천'은 특혜 채용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최근 은행권에 적발된 채용 비리 기준에 따르면 최 원장의 추천은 채용 비리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단순 추천을 해서 이른바 'VIP리스트'에 포함이 됐을지언정 이후 채용절차에서 점수 조작이 없었기 때문에 채용 비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최 원장이 추천한 지원자는 필기시험과 임원면접에서는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특혜 채용 또는 채용 비리와 다를 것이 없다는 지적하며 금감원이 자기모순에 빠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은행 VIP 리스트가 공개된 뒤 채용 비리 사태가 터진 것을 돌아보면, 채용 공고에 드러내지 않고 고위 관계자들의 추천들로 채워진 VIP 리스트를 내부적으로 작성하고 있었던 것만으로도 해당 은행장이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결국 이 VIP 리스트는 검찰 수사 결과, 고위 임원과 인사부가 직접 관리를 했다는 것이 밝혀졌으며, 이를 통해 불합격권에 있던 지원자들을 서류 전형이나 면접에서 합격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 원장의 특혜 채용 의혹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은행권 관계자는 "단순히 이름만 전달했다는 해명은 궁색한 자기변명이다. 금융지주사 사장이 추천한 사람인데 밑에서 알아서 움직이지 않았겠느냐"며 "금융권 채용 비리를 뿌리 뽑겠다며 칼을 휘두르는 당국 수장이 본인의 특혜인사에 대해선 다른 잣대를 들이댈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