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가죽은 역사가 깊은 소재다. 수렵 생활을 시작했던 구석기 시대부터 인류는 가죽을 사용했고 수천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죽을 대체할 소재는 발견되지 않았다. 가죽은 천연 소재로 방풍과 방수 기능, 탁월한 내구성을 갖췄다. 특유의 고급스러움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멋을 자아낸다. 전통을 계승하듯 국내에서는 소수의 기업이 가죽 원단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 1976년 설립된 유니켐은 피혁제품을 제조 및 판매하는 기업이다. 유니켐은 가죽을 이용해 고급 자동차시트용 원단과 핸드백용 원단을 완성 자동차 회사 및 고급 가방 브랜드 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유니켐(011330)은 설립 당시 신진피혁이라는 상호로 시작해 1989년 12월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했다. 이후 현대자동차의 Y-car(소나타)에 천연가죽시트용 가죽원단을 공급하고 향기가 방출되는 최고급 세미아닐린 가죽원단을 기아차에 제공하는 등 굵직한 자동차 시트를 납품하면서 성장했다. 하지만 2009년 무자본 인수합병(M&A)에 휘말리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이후 유니켐은 태양전지 등 자원개발 사업을 했지만, 투자가 실패하면서 2009년부터 2015년 6월까지의 누적 적자가 1509억원에 달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금융자금 회수와 개인사채 사용으로 금용비용이 급증했고, 여기에 현대기아차 등의 저가 수주로 인해 영업손실도 악화됐다. 2014년 5월에는 부도 위기를 맞으면서 채권단의 긴급 자금 수혈로 위기를 모면했다.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유니켐 본사 및 공장 외부 전경. 사진/유니켐
이장원 대표 취임, 제2막 연 유니켐
하지만 최대주주인 이장원 현 대표이사 취임 이후 유니켐은 제2막을 열게 됐다. 이장원 대표이사는 지난 2015년 5월 취임해 재무 상태 개선에 들어갔고, 그동안 악화됐던 구조적인 손실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했다. 인수합병에 따른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도 그의 역할이었다.
이장원 대표이사는 “유니켐을 인수하기 위해 가죽 관련 공부는 물론 채권단과의 협상까지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며 “인수 이후에는 회사의 기술력과 오랜 업력의 장점을 살려 영업권을 확대하면서 매출 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2016년 4월 르노삼성차까지 고객사를 확대했고 투미(Tumi)를 비롯해 토리버치, 코치, 버버리(burberry) 등 고가 핸드백 브랜드에 가죽을 납품하면서 성장을 가속화시켰다.
공정 과정을 거치고 난 후의 가죽 모습. 사진/신송희기자
2014년 6월말 387억원이었던 차입금은 2016년 12월말 293억원으로 감소했고, 자본금은 68억9000만원에서 254억9000만원까지 늘어났다. 최근 2년간 외형 성장률은 연평균 61.1%, 영업이익률은 6%를 상회했다. 매출액은 2015년 181억원에서 2016년 368억원으로 증가했다. 2015년 16억원 영업손실에서 2016년에는 23억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79.7%, 71.9% 증가한 660억5000만원, 39억6700만원으로 집계했다. 당기순이익은 223.9% 성장한 56억6300만원을 기록했다.
앞으로의 성장 속도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 사업은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한편 공장 신규허가가 불가하기 때문에 유니켐의 기술력과 영업력이 앞으로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신규공장은 폐수처리시설 불허 등 환경규제로 신축 및 증축이 어렵다. 이조영 부사장은 “카시트사업은 그랜저IG, K9 후속 자동차와 베라크루즈, 스팅어 등 신규 차종 채택이 증가하면서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며 “차량 고급화로 인해 대당 가죽 사용량이 증가하는 것도 매출 증대의 요인이다”고 설명했다. 핸드백 사업 역시 유명 브랜드 제품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매출 성장을 일으키고 있다.
차량용 및 핸드백 가죽 사용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생산 시설의 캐파(Capa) 확대도 준비 중이다. 현재 위치한 안산 공장 전체를 리모델링해 생산 능력을 2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현재 공장 증설과 관련해 허가 취득을 진행 중이고, 내년 초 완공 예정이다. 이장원 대표는 “현재의 안산 공장을 완전히 최신식 공장으로 탈바꿈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국내에서 독보적인 가죽 업체 공장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안산 공장은 현재 공장 신증설 허가를 취득, 내년초 완공될 예정이다. 사진은 공장 리모델링 모형. 사진/신송희 기자
동유럽에 가죽 재단공장 설립 검토
그동안 가죽 업계는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가죽은 천연 소재이기 때문에 외부 날씨 영향을 받는 사람의 피부처럼 예민하다. 그만큼 품질 관리를 위해서는 꼼꼼한 작업이 필요해 해외에 납품하는 것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장원 대표는 “현대기아차 동유럽 공장에 납품할 재단 공장을 하반기 중 현지에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는 유니켐의 미래에 대한 준비 작업 중 하나다. 그는 “가죽은 역사상 가장 오래된 비즈니스 아이템 중 하나로 향후 성장성은 무한하다”며 “규모의 경제 효과를 발휘해 앞으로 고급자동차에 들어갈 자동차용 카시트와 고급 핸드백 등에서 성장 폭을 넓히겠다”고 말했다.
이조영 부사장은 “카시트 제품 성장률은 향후 200%를 웃돌 것으로 보이고, 영업이익률은 업계 최고인 8%를 상회할 전망”이라며 “앞으로의 신규가죽 수주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