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페이스북 트윗터
(사회책임)대학생에게 삼성은? 최고이자 최악의 재벌
한국CSR연구소, ‘2018 대학생 재벌 명성평가' 결과 공개
입력 : 2018-03-26 오전 8:00:10
한국사회에서 삼성의 위상은 대학생 명성평가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경제발전에도 기여하지만 부정적인 기능 또한 크다는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한국CSR연구소와 지속가능바람 대학생기자단은 25일 ‘2018 대학생 재벌 명성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재벌 명성평가는 자산총액 기준 국내 24대 재벌 및 총수 일가를 대상으로 ‘명성’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총수가 없거나 공기업인 기업집단은 제외되었다. 조사기간은 2017년 12월22일~2018년 1월18일이며 전국 대학생 501명이 평가에 참여했다. 수행기관은 현대리서치이다.
 
주목할 만한 결과로는 ▲대학생들은 LG를 사회적 책임과 신뢰 가는 기업으로 꼽았고 ▲삼성을 최고이자 최악의 기업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롯데를 가장 부정적으로 파악했다.
 
대학생은 LG를 신뢰하고 존경해
대학생이 가장 신뢰하고 존경하는 재벌은 LG인 것으로 드러났다. LG는 ‘한국사회의 발전 및 통합에 기여하는 재벌’ 문항에서 18.0%로 1위를 기록했다. 2, 3위를 기록한 삼성(13.7%)ㆍSK(9.0%)와 차이가 났다.
 
‘신뢰하는 재벌’을 묻는 문항에서도 LG는 20.3%로 1위를 기록했다. 2위를 기록한 SK(9.3%)의 두 배를 넘는 수치이다. 해당 문항에서 삼성을 선택한 응답자는 8.2%에 그쳤다. ‘존경하는 재벌’을 묻는 질문에서도 LG는 14.4%로 1위를 기록했으며, 그 뒤를 삼성 (10.2%)과 CJ (8.9%)가 이었다.
 
LG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CSR)을 다하는 재벌’ 문항에서도 14.7%로 1위를 차지했다. 또한, LG는 ‘기업경영 및 기업문화 전반이 윤리적이라고 생각되는 재벌’ 문항에서도 15.5%로 1위를 기록했다. CJ는 6.3%로 2위였다.
 
LG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은 LG 총수로 이어졌다. 구본무 LG 회장은 ‘한국사회의 발전 및 통합에 기여하는 재벌총수’ 문항에서 10.7%로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10.2%인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었다. 구 회장은 ‘신뢰하는 재벌총수’(13.4%), ‘존경하는 재벌총수’(11.2%),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재벌총수’(12.2%), ‘개인적으로 닮고 싶은 재벌총수’(12.5%) 문항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삼성은 최고이자 최악인 재벌
‘경제력을 포함하여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크게 행사하는 재벌’ 문항에 31.1%의 응답자가 삼성을 골랐다. 2위인 현대자동차(16.6%)의 두 배에 가깝다. 3, 4위는 SK(13.3%)와 LG(9.9%)였다.
 
‘사회전반에 영향력을 크게 행사하는 재벌총수’ 문항에서도 삼성 이건희 회장(30.5%)과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22.0%)은 각각 그룹의 순위와 총수의 순위가 같았다. 3위 역시 SK 최태원 회장(13.6%)이었으나, 4위는 정몽준 현대중공업 회장(8.6%)이었다.
 
‘한국경제의 성장에 기여하는 재벌’ 문항에서도 삼성은 23.0%로 17.1%를 기록한 현대자동차와 나란히 1, 2위를 기록했다. LG와 SK는 각각 14.7%와 7.7%로 그 뒤를 이었다. ‘한국경제의 성장에 기여하는 재벌총수’ 문항에서는 21.5%의 응답자가 이건희 회장을 선택해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19.9%)을 근소한 차이로 제쳤다. 이건희 회장은 ‘기업가 정신이 가장 투철하다고 생각되는 재벌총수’ 문항에서도 15.7%로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삼성은 ‘국가 및 사회 발전에 악영향을 끼치는 재벌’을 묻는 문항에서 19.5%를 기록하며 대학생들의 대 삼성 인식이 양날의 칼의 형태임을 보여줬다. ‘국가 및 사회 발전에 악영향을 끼치는 재벌총수’를 묻는 문항에서도 이건희 회장은 17.3%로 1위에 올랐다.
 
롯데·한화·한진 '부정적'
이번 조사에서 롯데·한화·한진에 대한 부정적인 응답이 유독 두드러졌다. ‘한국경제의 성장에 기여하는 재벌’을 묻는 문항에서 롯데(4%), 한화(2.6%), 한진(0.6%)은 모두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롯데와 한화는 국내 자산총액 기준 5위와 7위의 재벌이라는 위상에 비춰 매우 낮은 점수를 받은 셈이다. ‘신뢰하는 재벌’에 대한 응답으로 롯데 (3.5%), 한화(3.9%), 한진 (0.6%)을 선택한 응답자 역시 소수였다. ‘존경하는 재벌’에 대한 응답(롯데 3.8%, 한화 3.5%, 한진 1.2%)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인식은 부정적인 질문에 대한 응답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국가 및 사회 발전에 악영향을 끼치는 재벌’을 묻는 질문에서 롯데(16.2%), 한화(5.5%), 한진(7.8%)을 선택한 응답자가 많았다. 같은 질문에서 LG가 1.9%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재벌 기업에 대한 인식과 재벌 총수에 대한 인식의 상관관계가 높다는 것 역시 확인되었다. 신격호 롯데 회장은 ‘한국경제의 성장에 기여하는 재벌총수’(1.8%), ‘한국사회의 발전 및 통합에 기여하는 재벌총수’(1.9%), ‘신뢰하는 재벌총수’(1.9%),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재벌총수’(1.5%), ‘기업경영 및 개인사(個人史)를 포괄하여 고려할 때, 윤리적인 기업가라고 생각되는 재벌총수’(1.5%) 등의 질문에서 응답자의 대부분은 신격호 회장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희박하다는 것을 드러냈다.
 
‘해당 재벌의 성장과 발전에 짐이 되는 재벌총수’를 묻는 문항에서 신격호 회장(10.8%), 김승연 회장(10.1%), 조양호 회장(10.2%)은 삼성 이건희 회장(11.0%)과 함께 ‘빅4’를 형성했다.
 
이러한 결과는 ‘명성’을 평가한 이번 설문조사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2016년 롯데 경영권 분쟁, 2017년 국정농단 사건 연루, 그리고 횡령 배임 혐의로 진행된 경영 비리 재판이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 역시 총수 일가의 행태가 이번 조사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승연 회장은 2007년 술집 종업원을 보복폭행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받았다. 김 회장의 셋째 아들 김동선 씨는 2017년 1월 술집에서 종업원을 폭행한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같은 해 9월 로펌 변호사 모임에 참석해 일부 변호사를 폭행해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았다. 김 회장의 둘째 아들 김동원 씨도 2011년 교통사고를 낸 뒤 도주한 혐의로 벌금 700만 원의 약식 명령을 받았고, 2014년 대마초 흡연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기도 했다.
 
한진은 ‘땅콩 회항’ 사건의 조현아 전 부사장이 초래한 총수 일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히 대중에게 강하게 낙인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안치용 한국CSR연구소장은 “명성은 쌓기는 어렵지만, 순식간에 잃어버리는 기업의 무형 자산”이라며 “명성과 기업 또는 기업인의 실체가 명확한 대응관계를 유지하지는 않지만, 중장기적으론 대응관계를 형성한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명성은 비금전적인 핵심 기업경쟁력이기 때문에 기업의 명성관리는 리스크관리의 중요한 부분”이라며 “‘땅콩회항’이나 ‘가죽장갑’ 사건처럼 기업인이 기업의 명성을 원천적으로 갉아먹는 상황이 사전에 차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한 성적표를 받은 CJ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롯데와 한진에 대해 부정적으로 응답한 것에 비해 CJ에 대해 유독 긍정적으로 답한 것이 눈에 띄었다. ‘경제력을 포함하여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크게 행사하는 재벌’(8.9%), ‘한국경제의 성장에 기여하는 재벌’(7.6%), ‘한국사회의 발전 및 통합에 기여하는 재벌’(8.6%) 등 CJ는 현대자동차나 SK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점수를 받았다.
 
재벌 총수에 대한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경제의 성장에 기여하는 재벌총수’(8.7%), ‘한국사회의 발전 및 통합에 기여하는 재벌총수’(8.9%), ‘신뢰하는 재벌총수’(8.0%), ‘존경하는 재벌총수’(8.5%) 등의 문항에서 응답자들은 이재현 CJ 회장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특히 ’해당 재벌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되는 재벌총수‘를 묻는 질문에서 10.7%의 응답자가 이재현 회장을 선택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에 이은 2위다.
 
현대백화점은 ‘한국경제의 성장에 기여하는 재벌’(2.3%), ‘존경하는 재벌’(4.3%),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다하는 재벌’(4.3%) 등의 문항에서 재벌 자산 순위나 지명도에 비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속가능바람 대학생기자단 서지윤 편집장은 “많은 대학생들이 취업준비생의 입장에 놓여 있기 때문에 재벌을 직장 이상으로 평가하기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지만, ‘2018 대학생 재벌 명성평가’를 통해 재벌이 우리 사회의 핵심 경제주체로서 수행하는 역할과 기여에 대한 대학생들의 솔직한 시선을 파악한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엽 KSRN기자
편집 KSRN집행위원회(www.ksrn.org)
손정협 기자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