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기술특례 상장이 시작된 지 13년, 그동안 상장 폐지로 이어진 기업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일반 코스닥 상장 기업들이 상장 폐지 기로에서 천당과 지옥을 오간 것과 대비된다. 모든 기술특례 상장사의 사업이 계속성과 연속성을 보였던 것은 아니지만 많은 기업들은 증시에서 여전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기술특례 상장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주가와 사업성과 간의 괴리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05년 바이로메드 이후 총 49개사가 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이중 2017년도 기준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기술특례 상장 기업(지연 및 3월 결산법인 기업 2개를 제외) 중 영업이익을 낸 곳은 10개사에 불과하며 37개사가 적자를 기록했다. 이익을 내는 기업 중에는 2016년까지 적자를 지속해오다 겨우 흑자로 돌아선 경우도 있으며, 10억원 미만 소액의 이익을 내는 회사도 있었다.
일반적인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4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면 관리종목에 지정되며 이후에도 적자가 날 경우 상장 폐지될 수 있다. 반면 기술특례 기업이 적자 지속에도 상장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일반 코스닥 기업과 비교해 실질 심사 규정 및 상장 요건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 기업이 코스닥 시장에 상장되기 위해서는 설립 이후 3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 또, 자기자본이 30억원 이상이어야 하고, 자본잠식 여부와 경영성과 등 까다로운 상장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반면 기술특례 상장제도는 설립 요건이 없으며 경영성과, 매출액, 당기순이익 등 재무 요건에서도 지유롭다. 자기자본은 10억원 이상이고, 자본잠식률이 10% 미만이면 상장 자격을 가질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특히 제약 및 바이오 업종이 기술특례 상장을 선호하고 있다.
항공부품 제조업체 아스트, 현미경 업체 파크시스템스, 영상시각효과 기업 덱스터 등을 제외하면 모두가 제약·바이오 기업이다. 하지만 바이오·제약이 기술특례 상장을 독점하면서 사실상 제도 개선 명분을 잃게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증권사 IB팀 관계자는 “바이오·제약 업종이 기술특례 상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 기업은 이익 성장이 가시적이지 않지만 주가 성장은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기술특례 기업들에 대해 계획했던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경우가 없으니 제도를 개선할 이유도 없어진다”고 귀띔했다.
실제 기술특례 기업의 주가 상승률이 일반 상장사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 스팩을 제외한 기술특례 상장 기업의 공모가 대비 주가 상승률(27일 기준)은 대다수가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으며, 심지어 1000%를 웃도는 기업도 있다. 2005년 첫 기술특례 상장 기업인 바이로메드의 경우 당시 공모가(1만5000원) 대비 주가 상승률이 1320%에 달한다. 이 외에도 인트론바이오(603.3%), 신라젠(594.7%) 앱클론(459.0%), 파크시스템스(397.8%) 등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주가 상승률이 높다보니, 실제로 기술특례 상장 기업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또 특례상장 당시의 실적 추정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사에서는 기술특례 기업 상장 추진시 임상 절차 시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미래 이익을 추정한다. 이 추정치는 회사의 상장 당시 현재가치로 할인해 밸류에이션 작업을 거치게 된다. 하지만 제약·바이오 업체의 경우 신약개발을 위한 막대한 임상 비용과 실패하게 됐을 때의 손실 등은 반영되지 않는다. 결국 '상장 먼저' 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이 건전해지기 위해서는 제약·바이오 업종 외 다양한 기업들이 기술성을 평가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가지는 이유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나치게 바이오주에 쏠리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좀 더 다양한 업종으로 확대돼야 한다”며 “핀테크 등 새로운 영역으로의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