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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직원과 기업, 사회 위한 이익공유제…널리 확산돼야"
박종규 (사)바른경제동인회 회장, 창립 25주년 기념강연
입력 : 2018-04-02 오전 8:00:10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의 원형적 모델을 제시한 (사)바른경제동인회가 창립 25주년을 맞았다. 바른경제동인회는 지난달 30일 오후 6시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25주년 기념식 및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박종규 바른경제동인회 회장(KSS해운 고문·사진)은 국내에서 두 번째로 KSS해운에서 이익공유제를 시행한 배경과 효과를 설명하고 이익공유제로 직원들에게 배당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감세하는 정책을 제안하면서 4차 산업 시대를 맞이하는 비전을 제시했다. 기념식에는 조순 바른경제동인회 명예회장, 이형구 전 노동부장관, 김대환 전 노동부장관, 이국노 (주)사이몬 회장, 조병호 디와이(주) 회장 등 정재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직원들이 주인의식 갖는 회사는 쉬 무너지지 않아, 뉴코어(Nucor) 사례 본받아야
감사패 전달 뒤 이어진 기념강연에서 박종규 회장은 유럽과 미국 등 해외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이익공유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GM, 포드와 같은 자동차 기업과 HP, 제록스 등 세계적인 기업들도 이익공유제에 따라 임직원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1905년 설립해 1972년부터 이익공유제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의 철강회사 뉴코어(Nucor) 사례를 강조했다. 미국의 철강회사 대부분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뉴코어만이 46년간 꾸준하게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이익공유제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박 회장은 설명했다. 그는 “1972년 뉴코어가 이익공유제를 시행한 뒤로 직원들의 주인의식이 높아졌다”며 “직원들의 주인의식이 곧 회사를 위한 마음으로 커져 2016년 뉴코어는 철강생산량 2000만톤을 기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뉴코어가 미국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회사로 성장한 주요 요인으로 박 회장은 이익공유제와 그에 따라 나타난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꼽았다. 박 회장은 이익공유제 시행으로 뉴코어 모든 직원들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회사 이익을 위해 공헌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고 결과적으로 다른 철강 회사들이 대대적인 인원 감축에 들어갔을 때도 감원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그는 상명하달식 경영 방식에서 벗어나 상급자와 하급자 간의 자유로운 토론 문화가 자리내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언급했다.
 
직원 일일이 찾아다닌 끝에 국내 두 번째로 이익공유제 시행
박종규 회장은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KSS해운에서 2014년 도입한 이익공유제의 성과를 발표했다. 국내에서 디와이(주)와 KSS해운에서만 이익공유제를 시행하고 있다. 박 회장은 KSS해운 회장에서 은퇴하고 고문으로 활동하던 2014년 회사의 이익을 모든 임직원과 공유하는‘임직원 이익공유제’를 도입했다. 가장 먼저 주주와 노조의 동의를 구했다. 이익공유제 시행 전인 2013년까지 KSS해운은 직원들에게 한 번에 100%씩 1년에 여섯 차례에 걸쳐 총 600%의 상여금을 지급했는데, 2014년부터는 기존 상여금의 600% 중 400%를 기본급으로 전환해 통상임금화하고 나머지는 해당 연도 회사의 이익이 발생했을 때 이에 비례해 임직원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후 박 회장은 결산 후 순수 이익금에 연동한 이익 배당 기준을 만들어 주주총회에서 통과시켰다. 두 달에 한 번 받던 보너스 제도를 없애고 2월 결산 후 이익에 따라 1인당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경한 것이다. 제도 시행으로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배당금 자체가 회사의 이익에서 충당하기 때문에 법인세가 늘어날 것이란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이익금을 주는 만큼을 작년도 임금으로 소급적용하게 돼있어 법인세가 늘어나지 않아 회사 입장에서도 손해를 보지 않았다. 오히려 회사가 투명하게 자금을 운용하는지 노조가 쉽게 확인하고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임직원 주인의식 끌어올리는 동시에 기업 앞날 밝히는 이익공유제
이익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임직원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이 많아지지만, 반대로 이익이 줄면 임직원들의 수입이 줄어드는 것이 임직원 이익공유제다. 실제로 박 회장이 작성해 주주총회에서 통과한 배당금 지급율과 이익연동표를 보면 해당 사업연도에 1인당 순영업이익이 2000만원 미만일 때 배당금은 지급되지 않는다. 반면 영업이익이 2000만원에서 5000만원 사이일 때는 배당금 100%를 지급하고, 5000만원을 넘었을 때는 5%를 가산한 배당금이 지급된다. 박 회장은 이를 모든 직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명했고 해상직원을 대표해 노동조합이 합의했다. 박 회장은 노조가 없는 육상직원 한 명 한 명에게 합의 도장을 받았다. 그는 “주주와 임직원의 동의를 얻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모든 직원이 회사의 주인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이익공유제를 실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익공유제 시행 첫 해인 2014년 KSS해운은 14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달성해 모든 직원들에게 300%의 배당금을 지급하며 산뜻한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해 매출은 1700억원을 기록했다. 이익공유제 도입 이전 지급됐던 상여금 600%는 올해 880%의 배당금으로 늘어났다. 시행 4년차를 맞는 올해까지도 KSS해운은 흑자를 이어가며 임직원 이익공유제 시행 기업의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박 회장은 “직원들 입장에서 이익공유제는 리스크가 있는 제도지만 회사에 대한 임직원들의 신뢰와 주인의식이 단연 높아져 보다 많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덕분”이라고 밝혔다.
 
매출액의 신장과 함께 KSS해운은 경영진과 직원들이 한뜻으로 경영에 필요한 각종 비용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남는 비용을 전액 이익금으로 전환하는 혁신적인 모습도 보였다. 뿐만 아니라 사고 발생률도 이익공유제 시행 이전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아졌다. 2013년 선체보험 사고율 19.23%을 기록했던 KSS해운은 이듬해 0.29%를 기록했고 2015년부터는 사고율 제로를 이어가고 있다. 3년 연속으로 이어온 사고율 0%는 신용도를 끌어올려 KSS해운이 보다 많은 매출을 낼 수 있게 됐다는 게 박 회장의 설명이다. 박 회장은 불필요한 비용 감소와 사고율의 감소 모두 이익공유제 시행 이후 직원들이 보인 헌신과 회사를 위한 노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개인만을 위한 성과급과 달리 모두를 위한 제도 시행해야
박종규 회장은 KSS해운에 도입한 이익공유제에 따른 배당금 제도가 성과급 제도와 갖는 차이점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박 회장은 “성과급이 연말 이익을 추정해서 팀, 개인 혹은 사업별로 차등지급하는 개념인 반면 배당금은 이익공유제에 따른 배당금은 이미 결산된 이익에 기초해 주주에게 배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회장은 팀이나 개인마다 다르게 지급하는 성과급은 공동에 대한 의식을 흐려지게 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추정 이익에 기반해서 지급하는 성과급의 특성 상 회사 자금을 분식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경고했다. 반면 배당금 제도는 직원들에게 지급하고 남은 이익금을 사내 유보금으로 둘 수 있어 기업의 재무건전성 확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이익공유제가 기업 구성원뿐 아니라 경영진과 기업에게도 득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당금은 주주들이 기업에 투자해 거둔 성과를 모든 직원에게 보상하는 것이기 때문에 임직원 배당은 주주가 주는 것이라고 보는 게 적절하다고 박 회장은 설명했다. 매년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배당금이 고정 임금에 포함되지 않아 기업 입장에서는 배당금을 임금의 성격으로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익공유제를 시행해 직원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면 퇴직 시 통상임금이나 평균임금에 따라 퇴직금이 달라질 수 있는 걸 방지할 수 있다.
 
직원과 기업이 함께 발전 넘어 사회의 변화 모색
2014년부터 지금까지 KSS해운이 긍정적인 행보는 이익공유제 도입으로 기대할 수 있는 기업 내부의 변화와 혁신을 잘 보여준다. 특히 박종규 회장은 매출 신장과 경영 비용 절감처럼 가시적인 성과 외에도 기업 내부에서 어떤 변화를 이끌어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먼저 기업의 이익이 곧 자신의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믿음이 부서 이기주의를 혁파했다고 말했다. 그는 “부서 간의 벽이 허물어져 임직원들이 서로 화합하고 협업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언급했다. 이는 곧 모두가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로 자연스럽게 확대돼 전체적인 생산성도 높아지는 효과를 낳았다.
 
박종규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1995년부터 KSS해운 대표이사를 맡은 이대성 대표는 “이익공유제 시행 이후 모든 직원들이 각자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게 됐다”면서 “덕분에 경영진이 업무에 관여하는 시간이 줄어 KSS해운이 나아갈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익공유제로 KSS해운이 거둔 또 하나의 성과다. 박 회장과 이 대표는 “스스로 기업의 대표라고 생각하는 직원들이 많아지면서 자유로운 토론 문화가 형성됐고, 이에 따라 기존의 수직적인 문화에서 수평적인 문화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는 박 회장이 ‘말단 직원의 자유까지 보장할 때 이익공유제가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 아래 강조했던 기업 문화가 드러난 것이라 할 수 있다.
 
기업 내부적으로 거둔 효과 이외에도 이익공유제가 사회에 미치는 효과는 다양하다. 리베이트를 받거나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경영진이 기업에 해를 끼치려 해도 직원들이 이를 감시하고 저지할 수 있다. 리베이트와 같은 각종 비리가 사라지면서 깨끗하고 투명한 회사를 만들 수 있다. 이를 통해 종국적으로는 박 회장과 바른경제동인회가 강조하는 바른 사회를 건설하는 데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박 회장은 이익공유제를 통해 경영진과 직원 모두가 기업의 이익 증진이라는 한 가지 목표를 공유하면서 노사갈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사)바른경제동인회 창립 25주년 기념식. 사진/바른경제동인회
동지훈 KSRN기자
편집 KSRN집행위원회(www.ksrn.org)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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