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진영 기자] 정부의 기업구조조정 방침이 과거와 달리 강경해지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지역 표심에 흔들리지 않고 STX조선해양과 금호타이어, 성동조선해양 등 법정관리를 불사하는 등 원칙과 기준을 세우고자 노력하는 모양새다.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10일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앞으로 줄줄이 다른 기업들의 문제가 터질 수 있는데 지금 원칙을 보여주지 않으면 정부가 신뢰를 줄 수 없다"며 "만약 정부가 그때마다 기준을 바꾼다면 이미 구조조정에 들어갔거나 완료된 기업들에서도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을 비롯해 한국수출입은행 등 정부는 최근 기업구조조정에 대해 단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STX조선해양의 경우 산은은 컨설팅 결과 등을 토대로 ▲독자 생존을 위한 고강도 자구 계획 실행 및 ▲LNG, LPG 수주 확대 등 사업재편을 요구했다. 또 이에 대한 노사 확약이 없을 경우 원칙대로 법정관리 처리하겠다는 강수를 뒀다.
노조에서는 자구계획안 중 고정비 40% 감축을 반영하게 될 경우 사무직을 포함한 1400여명의 근로자 중 500%를 줄여야 하며, 이를 생산직에게만 반영할 경우 약 75%에 해당하는 인건비를 감축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이에 따라 노조가 현재 생산직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임금삭감, 무급휴직, 상여금 삭감 등을 포함한 자체 자구안을 만들어 사측에 제시했지만 채권단은 이를 원칙적으로 불허했다.
산은 또한 이달 초 금호타이어를 더블스타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법정관리를 배수진으로 삼고 의도한 대로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를 매각하는데 성공했다. 당시 금호타이어 노조에서는 ‘고용 보장 3년’을 10년으로 늘려줄 것을 요구하며 수차례 파업을 감행했지만 했지만 산은은 끝까지 기준을 바꾸지 않았다.
성동조선해양에 대해서는 더 대담한 결정을 내렸다.
정부는 8년간 4조원을 투입해 경영정상화를 지원해오던 성동조선해양에 대해 법정관리를 결정했다. 인력감축과 금융지원을 계속하더라도 장기간 손실이 지속되고 자본잠식이 심화되는 등 독자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처럼 일관된 기준과 결정을 내림에 따라,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각에서 우려하는 선심성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도 줄어들고 있다.
산은은 이달 말 실사 완료가 예상되는 한국GM에 대해서도 다른 구조조정 기업들과 똑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산은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설립되고도 앞으로 4년이 남았는데, 그사이 어떤 기관이나 회사가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며 "그때마다 상황에 맞춰 기준을 바꾸지 않고 원칙을 세워 가야 국민과 기업 모두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연 부총리 또한 이같은 산은의 행보에 힘을 실었다.
김 부총리는 전날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STX조선 처리방안에 대해 “(정부는) 노조, 대주주, 채권단 등 이해당사자가 고통을 분담하며 회사가 지속가능하도록 하는 경영 정상화의 원칙을 세웠다”며 “원칙에서 벗어날 경우 계획대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달 30일 광주시청 3층 비지니스룸에서 금호타이어 노동조합 등과 합의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양진영 기자 cam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