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성(性)차별 채용' 의혹을 받고 있는 은행권의 남녀 직원간 평균 연봉이 4200만원 가량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에 따른 연봉 차이도 적지 않은 것이다. 은행측은 비정규직이나 텔러 등 하위직군에서 일하는 여성 직원의 비중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무기계약직은 대부분 여성으로 채우고 정규직 채용은 남성 위주로 이뤄지는 행태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은행의 남녀 임금이 크게 차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한·국민·KEB하나·
우리은행(000030) 등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작년 말 기준 전체 직원 수(경영진과 사외이사 등 제외)는 6만457명으로, 1인당 평균 급여액은 9087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전체 남성 직원의 평균 급여액은 1억1200만원이며, 여성 직원의 평균 급여액은 6975만원으로 조사됐다. 남녀 직원의 임금 격차는 4225만원으로, 여성 직원의 연봉 수준이 남성 직원의 60% 수준이다.
임금 격차가 가장 뚜렷한 곳은 KEB하나은행이었다. 작년 말 기준 KEB하나은행 소속 남성 직원들은 평균 1억2100만원의 연봉을 받았지만, 여성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7300만원에 그쳤다. 남성 직원들이 4800만원 가량을 더 받아 간 것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남성 직원 1인 평균 연봉은 1억1000만원인 반면 여성 직원은 6600만원에 불과했고, 국민은행 또한 남성 1인 평균 급여가 1억1000만원이었지만, 여성은 7100만원을 받았다. 우리은행 여직원의 평균 연봉은 6900만원으로 남성의 평균 1억700만원 보다 3800만원이 적었다.
남성과 여성 직원의 연봉차이는 해당 은행들의 모그룹인 금융지주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신한지주(055550)와 KB금융·
하나금융지주(086790) 등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남성 직원에게 평균 1억1100만원을 지급한 반면 여성 직원에게는 7500만원을 지급했다.
KB금융(105560)지주의 경우 남녀 평균 급여액이 각각 1억3200만원, 9500만원으로 집계됐고, 하나금융은 각각 1억2400만원, 7600만원이었다. 남성 직원의 경우 평균 연봉이 모두 1억원을 넘긴 반면 여성의 경우 평균적으로 남성 직원보다 약 4200만원을 적게 받고 있는 것이다.
2017년도 기준 시중은행 직원 현황. 표/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여성 직원의 상당수가 출산이나 육아 등으로 휴직을 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승진 대상에서 누락되거나 배제된다"며 "비정규직으로 일하거나 자발적으로 퇴사를 하는 경우도 많아 임원으로 성장할 책임자급 인력이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채용과정에서부터 남성을 선호하는 금융권의 보수적인 문화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여성 직원의 경력 단절 등 사회적인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신입행원 채용과정에서 남성 채용 비율을 높이기 위해 특혜를 준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성차별 인사 관행에 대한 인식전환과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성차별 채용은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무기계약직은 대부분 여성으로 채우고 정규직은 남성 위주로 선발하는 행태를 바꿔야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채용뿐만 아니라 금융산업 전반에 만연한 성차별 인사 관행에 대해서도 확인해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