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진영 기자] 정부가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주택금융을 손질한 ‘서민·실수요자 주거안정을 위한 금융지원 방안’을 내놨다. 신혼부부 보금자리론의 부부합산소득 기준을 완화하고 다가구자녀의 대출한도를 늘리는 등이 주요 내용으로 실수요자들과 서민들의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정부는 이번 금융지원을 통해 신혼부부와 다자녀 가구 68만6000가구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에 발표한 '서민·실수요자 주거안정을 위한 금융지원 방안'에서 신혼 및 다자녀 가구의 주택지원에 가장 큰 무게를 뒀다. 결혼한지 5년 이내인 맞벌이 신혼부부를 대상으로하는 보금자리론은 기존의 부부합산소득 기준이 7000만원에서 8500만원으로 상향됐다.
보금자리론은 만기(10∼30년)에 따라 3.4%∼3.65%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며 6억원 이하의 주택에 3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이번 발표에서 보금자리론의 주택가격 및 대출한도는 기존과 동일하지만 부부합산소득 기준이 상향됨에 따라 2016년 기준으로 신혼부부의 60%만 이용 가능했던 부분이 74%로 확대됐다. 기존 기준대로 소득 7000만원 이하인 신혼부부(외벌이와 맞벌이 모두)들은 추가로 우대금리 0.2%포인트가 인하된다. 최대 3억원을 대출받을 경우 연 60만원의 이자가 줄어드는 셈이다.
새롭게 발표된 다자녀가구 보금자리론은 대출 기준인 자녀 수를 차등화 해 소득기준을 완화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까지는 3자녀 이상일 경우에만 다자녀로 인정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자녀가 1명이라도 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1자녀일 경우 8000만원, 2자녀 9000만원, 3자녀 이상은 1억원으로 소득요건을 나눴는데, 이는 한 자녀당 연간 약 1125만원의 양육비가 들어간다는 보건복지부의 계산에 따른 것이다.
대출한도는 자녀가 2명 이하일 경우 기존대로 최대 3억원까지, 자녀가 3명 이상일 경우 1억원 늘어난 최대 4억원까지 받을 수 있게 했다. 금융위는 이번 소득요건 완화로 연간 신혼부부 4만2000가구, 다자녀 64만4000가구가 보금자리론을 추가로 이용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두 보금자리론은 이달 25일부터 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 가능하다.
이번 발표에는 소득·신용등급이 낮은 차주나 신용회복중인 차주를 고려한 전세자금 특례보증 확대 방안도 포함됐다.
그동안은 저신용·취약계층의 경우 대출한도가 부족해 제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등 자금마련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로인해 저신용·취약계층이 전세가 아닌 보증금과 월세가 있는 반전세에 거주하는 등 주거안전성 측면에서 취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통계적으로도 국토부의 2016년 주거실태조사 결과, 반전세에 거주하는 가구 가운데 고소득은 7.6%에 그쳤으나 저소득층은 28.7%에 이르러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은행권 전세자금대출에 대해 주금공이 대출액의 전액을 보증해,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과거 보증비율은 90%였다.
또 햇살론, 미소금융, 새희망홀씨, 바꿔드림론 등 정책서민대출을 9회차 이상 납부했거나 상환완료 후 3년 이내(연 소득4500만원 이하)일 경우 전세자금 대출시 4000만원까지 특례보증(보증비율 100%)하는 방안을 새롭게 내놓았다.
주금공의 일반전세자금보증대출보다 약 0.4%포인트 낮은 금리로 제공될 예정으로 매년 약 8000명에게 3000억원이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실 수요자 중심으로 공급 요건을 개편하기 위한 방안도 발표됐다.
전세보증의 경우 소득요건이 없어 고소득자도 이용이 가능한 반면, 전세보증의 기준이 다소 엄격해 서민·실수요자들에 대한 지원이 미흡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 및 보금자리론을 적용 받지 못하는 고소득자는 전세보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정부는 고소득자의 전세보증 이용 제한으로 전세자금 보증 지원을 위한 재원이 연 1조8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계산했다.
이밖에 수도권 4억원, 지방 3억원의 보증금이 각각 1억원씩 늘어났으며 중도금 보증과 전세보증을 각각 3억원씩 동시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해 혜택의 폭을 넓혔다. 기존 임차보증금요건이 엄격해 서민용 공공임대주택을 입주하면서도 전세보증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문제점이 지적됐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은 적격대출에 보유주택수 요건을 도입해 정책모기지 상품이 다주택자에게 공급되던 부분을 개선했다. 재원이 한정된 만큼, 다주택자에게 공급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적격대출은 무주택자 또는 1주택자(처분조건)로 이용대상을 한정했으며 보금자리론은 최초 취급 후 일정주기로 이용자격을 유지하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만약 추가 주택보유 사실이 확인될 경우 처분유예기간(최대1년)을 부여하고 미처분시 대출금을 회수하기로 했다. 여기에 시중은행보다 금리 우대혜택을 받은 부분을 고려해 추가주택 보유시점부터 처분시 까지 가산금리(0.2%포인트)를 부과하는 등 강력한 제재 방안을 적용했다.
또한 변동금리·일시상환 비중이 큰 제2금융권 주담대를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하기로 했다.
현재 제2금융권의 주담대의 고정금리·분할상환 비중이 낮아 질적으로 구조가 취약하다는 우려와 대출금리도 은행보다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금리상승기에 제2금융권을 이용하는 가구의 상환부담이 확대될 우려가 컸다.
이날 발표에 포함된 가칭 ‘더 나은 보금자리론’은 5000억원 규모로 4000명에게 공급될 예정으로, 소득, 주택가격, 대출한도는 일반 보금자리론과 동일하다.
한국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에서 전환신청을 하고 은행 영업점 또는 홈페이지를 통해 보금자리론 약정을 체결하면 된다.
금융위는 더 나은 보금자리론이 활성화 되면 제2금융권의 주담대를 저리의 고정금리로 장기에 걸쳐 원금까지 동시에 상환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정부 정책으로 신혼부부 보금자리론의 혜택을 받게 된 문 모씨(34세)는 "기존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을 겨우 넘어 보금자리론 이용 계획을 포기했는데 8500만원으로 상향돼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며 "또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의 경우 집값의 7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고 금리도 시중은행보다 낮아 꼭 보금자리론을 통해 집을 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24일 '서민·실수요자 주거안정을 위한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양진영 기자 cam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