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종합 반도체 시장 1위에 오른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수탁생산) 분야에서도 강자로 떠오를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파운드리 사업부 출범 1년을 맞아 공격적 마케팅을 지속하고 있지만 시장 지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9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상반기 반도체 파운드리 매출은 21억64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상반기 22억1300만달러보다 2.2% 줄어든 규모다. 이에 따른 시장 점유율은 7.4%로 TSMC, 글로벌파운드리, UMC에 이어 4위에 랭크될 것으로 예상됐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는 멀티프로젝트 웨이퍼(MPW) 서비스를 통해 잠재적 고객들과 새로운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MPW는 한장의 웨이퍼에 여러 고객사의 반도체 제품을 동시에 생산하는 방식이다.
파운드리는 생산라인 없이 반도체 설계만을 하는 팹리스(fabless) 기업들로부터 설계 도면을 받아 반도체를 생산해 넘겨주는 사업이다. 퀄컴이 대표적인 팹리스 업체이고, 파운드리 시장은 대만의 TSMC가 56.1%의 점유율로 압도적 지위를 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DS부문 산하 시스템LSI 사업부로부터 파운드리 사업부를 떼어내 신설 조직으로 만들었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삼성이 강점을 갖고 있는 메모리 분야 이외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분야의 시스템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어나 파운드리의 역할이 커질 것이란 전망도 고려가 됐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설계 기술과 생산 설비를 모두 갖춘 종합반도체(IDM) 기업인 탓에 고객사들로부터 설계나 기술 유출 등의 우려가 지속됐던 점도 파운드리 사업부 독립 운영의 배경이 됐다.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행보는 공격적이다. 지난 1분기 경영실적 설명회에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2위에 오르겠다고 선언했다. 올해의 목표 매출액은 100억달러다. 파운드리 역량에 대한 전망은 낙관적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공정 경쟁력이 상승하고 있고 생태계가 확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MPW 서비스로 삼성전자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소규모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가 강화됐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7나노 공정 제품의 시양산을 시작한다. 현재까지 7나노 공정을 적용한 회사는 삼성전자와 TSMC 두 곳 뿐이다. 7나노 공정에 전세계 최초로 EUV(극자외선) 장비를 양산에 적용, 경쟁사 대비 원가 경쟁력도 향상될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전자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하반기 실적이 중요하지만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다. 상반기 파운드리 시장이 당초 예상보다 더딘 성장을 보인 까닭이다. 트렌드포스는 "상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수요가 위축됐다"며 "이는 고난이도 공정 개발 모멘텀 약화에 간접적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상위 5개 업체 중 유일하게 전년 동기대비 감소세를 기록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