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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차등적용, 못하나 안하나
찬성 "지불능력 한계" vs 반대 "직종차별"
입력 : 2018-08-27 오전 9:00:42
[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최저임금 차등화 적용을 두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소상공인은 5인미만 사업장 등 규모·업종별 최저임금을 달리하는 차등화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정부는 직종 차별 우려가 있다며 정책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학계 등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찬반으로 극명하게 갈리는 분위기다. 최저임금 차등화 여부를 두고 각기 주장만 앞서는 가운데 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일각에선 본격적인 논의의 장을 열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저임금 차등화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불거진 문제다. 문재인정부는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으로 소득주도(임금주도) 성장 정책을 펴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은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한 가계소득 증가→소비 확대→투자 호조→일자리 증가'라는 선순환을 기대하는 정책이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핵심 중 하나로 최저임금 인상이 꼽힌다.
 
정부는 최저임금을 2년 만에 약 27% 인상(2018년 16.4%, 2019년 10.9%)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소상공인은 인건비 부담에 따른 경영 악화를 호소하며 반발이 거세다. 정부는 22일 약 7조원 규모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을 내놨지만, 소상공인의 공분은 누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소상공인은 "최저임금으로 발생한 구조적인 문제를 외면한 현실성 없는 대책"이라며 오는 29일 총궐기대회 투쟁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소상공인은 "최저임금 제도 개선의 직접적인 방법은 5인미만 규모별 소상공인업종 최저임금 차등화"라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는 최저임금 차등화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조정숙 고용부 일자리안정자금지원추진단 과장은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해서 적용하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 맞지 않다"며 "현재로선 어렵다. 앞으로 계속 검토해나가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김문겸 숭실대학교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업종별, 지역별 차등화가 해결책"이라며 "정부가 가격에 개입하면 시장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 최저임금을 강제로 올리는 건 시장 기능을 무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5인미만, 지역별 차등적용의 배경은 생산성이다. 업종에 따라서 임금을 많이 줘야할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기 때문에 차등화하자는 것"이라며 "서울과 지방의 원가 차이가 있는데, 생산성을 고려하지 않고 최저임금을 하나로 묶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저임금 차등화를 하면 최저임금이 낮게 책정된 업종은 저임금업종으로 고착화된다는 반박도 제기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특정 업종이나 지역, 노인 등은 저임금 일자리로 굳어지게 되고,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며 "나아가 지역, 연령 등 모든 것을 다 떠나서 기본 최저임금을 주는 제도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자영업자가 어려운 근본 이유는 사람들이 소비를 하지 않아 이윤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계 소득을 올리기 위해 소득주도 정책을 실시하는 것"이라며 "(소득주도 정책으로) 사회 구조 자체를 바꾸겠다는 것인데, 특정 업종만 최저임금을 낮게 주는 식으로 해결하려는 건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화를 실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이미 마련돼 있다. 최저임금법 4조에는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와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 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한다. 이 경우 사업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와 산하기관인 최저임금위원회는 현실적으로 제도 시행이 어렵다며 서로 책임을 미루는 모습이다.
 
김왕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국장)은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은 법 조항이 있어서 시행할 수 있다. 규모별, 지역별은 법에 없어서 시행이 불가능하다"며 "업종별 차등적용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행할지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이 정할 수 있다. 매년 안건으로 올라오지만 위원들의 반대 의견이 많아 부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업종별 차등적용조차 시행이 안 되는데, 정부가 나서서 규모별, 지역별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입법권이 있는 국회에서 발의를 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사항을 심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도 난색을 표하긴 마찬가지다. 지난 7월 열린 2019년 최저임금위원회 심의에선 "최저임금은 법정 하한선을 정하는 것으로, 해당업종 소속 근로자의 저임금 고착화 우려와 타 업종과의 형평성 문제 등으로 반대한다"며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적용이 부결된 바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은 "현재 규정으론 대기업과 소기업 등을 사업종류 하나만으로 구분하게 돼 있다"며 "업종별 차등화할 수 있다는 법 조항 하나만 가지고는 차등적용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공감대가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제도개선이 따라야 하는데, 1차적으론 고용부, 2차적으론 국회가 할 문제"라며 "제도개선은 최저임금위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차등화를 두고 소모적인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차등화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용부 전 고위관계자는 "최저임금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소상공인이 최저임금 차등화를 줄기차게 요구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무조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돈을 푸는 식 지원책은 한계가 명백하다. 최저임금 차등화 찬반의 소모적인 논란을 끝내고 첨예한 갈등의 양쪽 의견을 수렴하는 게 정부와 공무원의 역할"이라며 "최저임금 차등화를 도입해도 되는지 문제점이 없는지 연구와 토론을 통해 논의하고 방안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소상공인생존권운동연대가 지난 9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광화문 소상공인 119 민원센터 개소식'을 열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반발해 오는 29일 총궐기대회 투쟁을 열겠다는 방침이다. 사진=뉴시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최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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