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님, 저희 가족은 어떻게 살아가야 합니까? 절규하는 저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폭우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소상공인 3만여명(소상공인 추산)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몰려들었다.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국민대회'에선 정부를 향한 성토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소상공인 생존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호소가 이어졌다.
소상공인 수만명이 한자리에 운집하는 것은 무척 드문 경우다. 영세한 규모의 사업을 영위하는 탓에 생업을 뒤로 한 채 단체 행동에 나서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비록 최저임금 인상으로 촉발된 총궐기이긴 했지만 이날 자리에선 아주 오랫동안 속으로 삼켜왔던 그밖의 불만들도 함께 봇물 터지듯 터져나왔다.
소상공인들의 위기는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소상공인들이 쏟아낸 토로들 중에는 왜곡된 경제구조에서 비롯된 피해 호소도 다수 있었다. 건물주가 가게 임대료를 1년마다 올리는 통에 사람이 살 수 없는 지경이 됐다는 이야기, 편의점 본사의 근접출점 강행으로 상권 형성에 애로를 겪고 있다는 편의점주 이야기 등이 두서 없이, 그러나 절실하게 거리에서 쏟아졌다.
소득주도 성장의 추진 과정에서 정부 입장에선 어쩌면 복병처럼 나타난 소상공인의 반발을 달래기 위해 정부는 지난 22일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소상공인 민심을 되돌리기에는 여전히 미흡해 보인다. 이유가 뭘까. 복집가게를 하루 접고 대구에서 상경했다는 머리가 희끗한 한 소상공인의 말이 어쩌면 작은 힌트가 될는지도 모르겠다. 이 상인은 "윗사람들이 자영업 현장체험을 해 봐야 한다. 비현실적인 정책만 내놓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 성장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최소한 생계를 유지할 만큼 살길을 마련해 줘야 할 것 아닌가"라고 울분을 토했다.
정부가 약 3조원 규모 일자리안정자금을 야심차게 추진한 데 대해서도 막상 현장은 시큰둥해 하는 상황이다. 오히려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일자리안정자금은 30인 미만 사업주에게 근로자(월급 190만원 미만) 한 명당 월 13만원을 지원해 주는 정책이다. 하지만 막상 이날 집회 현장에서 일자리안정자금을 가입했다는 소상공인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4대보험 가입 때문에 13만원 지원받고 40만원 세금으로 내야 하는데, 누가 가입하냐"는 반응이다. 일자리안정자금 집행률은 현재 약 35% 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600만여명에 달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우리 경제의 실핏줄이다. 이들을 위한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소득주도 성장의 동력은 언제라도 약화될 수 있다. 결국 현장에서 답을 찾는 수밖에 없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상인들 가운데 편의점주는 담뱃값 카드수수료 인하, 본사출점 제한 등을, 음식점주는 면세 농수산물 구입 시 혜택을 주는 의제매입세액공제 강화나 세금 인하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가 자임하는 '소상공인과 서민경제를 위한 정부'에 대한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이제라도 현장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고 '핀셋 지원책'을 수반해야 할 때다.
최원석 중기부 기자(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