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정부의 전방위적인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자 금융당국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포함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당국 내부에서는 부동산 투기 세력을 잡기 위해 단계적인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정부 통제를 벗어난 집값을 잡으려고 금융규제부터 무리하게 죌 경우에는 1주택자나 실수요자의 자금경색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금융위원회가 DSR 위험대출 기준선을 뜻하는 '고(高) DSR'을 현행 100% 수준의 아래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당국 안팎에서는 금융규제 강화 움직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DSR은 대출자가 1년간 갚아야 하는 모든 종류의 부채 원리금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로, 주택담보대출은 물론이고 신용대출, 자동차할부, 카드론까지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반영한다. 기존 대출규제인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담보인정비율(LTV)보다 까다롭게 개인의 부채상환능력을 따진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다음주까지 지난 3월 이후 은행권의 DSR 시범 운영 실태를 점검한 후 은행연합회 등 은행권과 논의해 이달 말까지 향후 운영 방향을 확정할 예정이다. 시중은행들도 이달 내 '여신심사 선진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고DSR 기준 등의 내용을 담는다는 방침이다.
당초 금융위는 DSR 본격 시행 후, 내년 초까지 시장 안착 상황을 지켜보면서 규제 강화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최근 범정부차원에서 부동산 시장과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금융위는 전세대출과 부동산 임대사업자대출에 이어 DSR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안 등 금융규제 수위를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금융위는 현재 10월부터 DSR 규제를 본격 시행하면서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80%를 넘으면 고 DRS로 규정하고, 신규 대출 중 고 DRS의 비중을 일정 비율 이내로 유지하도록 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통상 DSR이 100%를 넘는 대출을 고 DSR로 삼고 있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주무부처의 부동산 대책의 방향이 구체화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규제부터 들이댈 경우 실수요자의 자금줄이 막힐 수 있다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금융위 관계자는 "전세대출이 부동산 투기에 악용되고 있다는 최근의 문제 의식에서보면 DSR 규제 강화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세대출은 DSR이 적용되지 않는다.
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부동산 투기 자금으로 쓰이는 주택대출을 잡아야 한다는데 금융위가 압박을 느낀 듯 하다"며 "하지만 기존 DTI·LTV 보다 강화되는 DSR를 시행때부터 엄격하게 적용하면 유동성을 지나치게 죄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채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 대책의 주무부처에서 주택 공급 확대라든가 세제 문제에 대한 방향이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규제부터 강화할 경우에는 자칫 다주택자 이외의 실수요자들까지 피해를 입는 상황이 온다"고 우려했다.
이어 "오락가락 시장에 혼란을 주는 부동산 정책 보다는 중장기적으로 부동산 안정화 효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금융위는 무주택자·1주택자를 포함하는 전세대출 소득기준 강화안을 내놨다가 반발이 들끓자 부랴부랴 철회하기도 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