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인터넷상 혐오표현 게시물을 규제하는 법안 발의와 관련해 학계를 중심으로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정치적 시각을 버리고 제도·산업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혐오표현 게시물이란 인종·지역·성별 등을 이용해 특정 인물이나 집단을 비하하는 표현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혐오표현 게시물 규제안이 정치권 입장을 담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정동훈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27일 "정치권이 온라인·1인방송을 놓고 정권에 따라 입장이 바뀌고 있다"며 "이미 형법에서 사이버 모욕죄를 다루는 상황에서 법 개정안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상 혐오표현 차단의 필요성에 동의하지만 그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혐오표현 규제가 악용될 경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혐오표현을 어떻게 규정할지 구체적인 논의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 사안 규제로까지 이어지면 정치권 입맛에 따라 비판적 입장을 보인 사람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성별·지역 등 구체적 범위를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단법인 오프넷은 바른미래당 박선숙 의원이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두고 혐오표현 개념 정의가 구체화되지 않았다며 반대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규제에 대해서도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전송하는 일반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높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인터넷 혐오표현 게시물을 규제하기 위한 법안으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전기통신사업법 등의 개정안이 발의됐다. 박선숙 의원은 지난 7월 '혐오표현 모니터링 의무화 법안'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같은 당의 신용현 의원은 혐오 표현을 구체화해 성별·지역 등을 바탕으로 한 차별·비하 표현을 불법정보로 규정해 삭제하도록 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외에도 유튜브·아프리카TV 등 1인방송 플랫폼에서 혐오 콘텐츠가 유통될 시 사업자가 이를 차단하도록 하는 법안들이 발의돼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신 의원실에 제출한 '지난 5년간 차별·비하정보 심의 현황'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심의받은 차별·비하정보는 총 7464건이었다. 이 가운데 6130건이 시정요구를 받았다. 신 의원은 이번 개정안에 방송통신위원회 시정조치 요구를 따르지 않는 사업자에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부과하는 처벌 규정을 포함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심의받은 차별·비하정보는 총 7464건이었다. 이 가운데 6130건이 시정요구를 받았다. 자료/신용현 의원실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