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다음달 유력해지는 미국 금리인상이 국내 금융사의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질지 금융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미 시중은행들은 금리인상 기조를 반영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5%대 턱밑까지 올리는 중이다. 당국은 금리인상 틈을 타 금융사의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단속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12일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다음달 미국 금리 인상을 두고 은행들이 금리를 부당하게 올리지는 않는지 전반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금융권 대출규제가 강화된 상태에서 기준금리 인상까지 겹쳐지면 은행들이 자의적으로 대출금리를 올릴 수 있다며 우려하는 상황이다.
그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거쳐 2.00%~2.25%로 동결해왔다. 하지만 경제활동 비율 증가, 리스크 약세, 노동시장 강세 등 미국 내 경제여건이 좋아졌다는 이유로 다음달 금리인상을 다시 예고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졌다.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1.5%로, 한·미금리의 격차는 이미 0.75%포인트 벌어진 상황이다. 이 상태에서 미국이 연말에 금리를 추가 인상한다면 한은도 금리 격차를 메우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시킬 수밖에 없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당장 은행들이 비싸게 자금을 조달하게 되고, 자금조달금리가 상승하면 변동금리인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인상돼 서민금융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이미 시중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을 선반영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KB국민은행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3.47~4.67%다. 전월 대비 11베이스 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신한은행(3.44~4.55%), 우리은행(3.40~4.40%), KEB하나은행(3.13~4.33%), NH농협은행(3.13~4.47%) 등도 4% 중반 수준을 넘어섰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G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벌써부터 상승 중이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올해 1월 1.79%에 지난달 1.83%로 급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70%가 주담대 등 변동금리"라며 "그만큼 미국 금리인상이 국내 대출금리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은행들이 최근 정부의 대출규제로 이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틈을 타 가산금리도 함께 올릴 가능성이 있다. 가산금리란 기준금리에 더해 업무원가, 위험 수준 등을 감안해 더한 금리다. 정부는 미 금리인상과 대출규제에 따른 서민금융이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금융권의 무리한 금리인상 실태를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 연준의 정책금리 추가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미 간 성장 모멘텀의 차이로 양국 간 정책금리 역전 폭이 더욱 확대되고, 취약 신흥국 금융불안, 미·중 통상분쟁 등 대외 불안요인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된 틈을 탄 과도한 금리 인상, 금융상품 불완전 판매 등의 불건전 영업 행위가 나타나지 않도록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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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홍 기자 g24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