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문제에 대해서는 경제부총리가 팀장이다. 책임지고 이끌겠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4일 인사청문회서 "청와대에 항의도 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과감히 사표를 던질 결의가 있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답한 내용이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전 부총리의 경제 투톱 체제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깔려있는 대목이다.
청문회에서 홍 후보자는 경제 활성화를 이끌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격주 보고를 정례화할 것을 요청하겠다고도 했고,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경제활력대책회의로 바꾸겠다는 복안도 제시했다. 현 정부 정책의 수정을 요구하는 야당의 공격적인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경제 현안을 파악하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고용지표가 악화된 것을 두고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소신도 내비쳤다. 현 정부들어 경제정책 당국자가 최저임금 시스템 개편 문제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러한 소신 발언에 경제계 일각에서는 반기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용주의적 자세로 경제 현안에 접근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다만 그동안 과정을 살펴보면 지나치게 자리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일부 나온다.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며 새벽 출근길에 6411번 시내버스를 타고 시민들을 직접 만나는 등 민생 현장을 찾은 것인데, 이는 지나치게 정치적 행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당 버스는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2012년 진보정의당 출범 당시 당 대표 수락연설에서 인용하면서 유명해진 버스다. 노 전 의원이 탑승한 이후 환경미화원과 서울 시내 고층빌딩 청소근로자 등의 고된 삶을 대표하는 상징처럼 인식되고 있다. 이런 상징적인 버스를 탑승한 배경이 근로자 등이 아닌 기재부 대변인의 발언을 통해 알려지게 되면서, 부총리가 되기 위해 '이미지메이킹'에 치중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행보는 취약한 근로자까지 챙기고자 하는 열정에서 비롯한 순수한 판단 미스였길 바란다. 이같은 모습은 경기 하강기에 들어선 우리 경제가 원하는 바도 아니다. 항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사표까지 던지겠다는 발언은 이제 대국민 약속이 됐다. 부총리로 임명되면, 청문회에서 보여준 소신을 경제 정책으로 옮길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세종=이진성 기자 jinl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