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성 기자] 에프씨에이코리아가 국내에 수입·판매한 이탈리아 자동차 브랜드 '피아트'사의 2000㏄급 경유차량 2종(짚 레니게이드, 피아트 500X)에서 배출가스 불법 조작이 적발됐다.
에프씨에이코리아가 수입 판매한 짚 레니게이드(좌)와 피아트 500X.사진/환경부
환경부는 4일 해당 차량에는 질소산화물 저감장치(EGR, 배출가스재순환장치)의 가동률을 낮추거나 중단시키는 등의 배출가스 불법 조작이 임의로 설정됐다고 밝혔다. EGR은 배출가스 일부를 연소실로 재유입시켜 연소 온도를 낮춤으로써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는 장치로 2010년 이후 경유차에 많이 장착했다.
환경부는 이번에 배출가스 조작(임의설정)을 확인한 짚 레니게이드 1610대(2015년 3월∼2016년 7월 판매분), 피아트 500X 818대(2015년 4월~2017년 6월 판매분) 등 총 2428대의 피아트사 차량 2종에 대한 배출가스 인증을 이번달 중으로 취소키로 했다. 이들 차량을 수입·판매한 에프씨에이코리아에는 결함시정 명령과 과징금 부과, 형사고발 등을 조치할 방침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1월까지 인증시험(실내시험) 외 실도로 시험 등 다양한 조건에서 짚 레니게이드 차량의 배출가스를 측정했다. 그 결과, EGR 장치 가동률 조작으로 실제 운행조건에서 질소산화물이 실내 인증기준 0.08g/㎞의 6.3∼8.5배를 초과해 배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짚 레니게이드와 같은 배출가스 제어로직이 적용된 ’피아트 500X’ 차종에 대해서도 불법 임의설정을 한 것으로 판정했다. 이러한 방식의 임의설정은 과거 폭스바겐 경유차 15개 차종(2015년 11월), 닛산 경유차 캐시카이(2016년 6월), 아우디폭스바겐 및 포르쉐 경유차 14개 차종(2018년 4월)의 사례와 유사한 방식이라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앞서 독일 교통부는 2015년 5월 피아트사의 2000㏄급 경유차량의 배출가스 조작 문제 의혹을 제기했다. 2016년 6월 이탈리아 정부는 조작이 없다고 밝혔지만, 같은해 9월 독일 정부는 유럽연합에 이 차종에 대한 재조사와 처분을 요구했다. 유럽연합은 현재 이 건과 관련해 이탈리아 정부에 대해 제재절차를 진행 중이다.
환경부는 수입사측에 인증취소 및 과징금 처분 대상임을 알리고 10일간 의견을 들은 후 최종 확정 처분할 계획이다. 결함시정명령을 받은 에프씨에이코리아는 45일 이내에 환경부에 결함시정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피아트사 경유차량 2종에 대한 배출가스 인증이 취소될 경우 해당 차량 소유자들에 대한 별도 조치 및 불이익은 없지만, 소유자는 향후 차량의 결함시정 조치를 받아야 한다.
아울러 이번에 조사한 짚 레니게이드의 경우 유럽연합에서 배출가스 조작 의혹이 불거지자, 피아트사는 2016년 8월부터 실제 주행조건에서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도록 소프트웨어를 변경했다. 에프씨에이코리아는 소프트웨어를 변경한 짚 레니게이드에 대해 변경인증을 받지 않고 무단으로 1377대를 국내에 2016년 7월부터 2018년 7월까지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는 변경된 소프트웨어가 적용된 짚 레니게이드 1377대에 대해서는 과징금 부과 조치와 함께 형사고발할 예정이다. 다만 이들 차량이 임의설정에는 해당되지 않아 인증취소 또는 결함시정명령 대상은 아니다. 배출가스 조작과 변경인증 미이행 관련 2종(짚 레니게이드, 피아트 500X)의 국내 판매량은 총 3805대이며, 과징금 규모는 32억원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는 이번에 적발한 짚 레니게이드와 동일한 제어로직이 적용된 다른 차종이 있는지 확인 중이다. 이번에 조사한 차종이 유로(Euro6) 기준으로 제작된 점을 고려해, 유로5 기준 '피아트 프리몬트' 차량과 '짚 체로키' 차량도 조사 중이다.
독일에서 문제가 제기된 경유차의 요소수 분사량 조작 의혹에 대해서도 올해 6월에 이미 조사를 착수했고, 내년 초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독일 정부는 올해 6월 아우디(A6 등), 벤츠(C220d)가 유로6 경유차량에서 질소산화물을 줄이는 선택적환원촉매(SCR)의 요소수 분사량을 일부 주행조건에서 줄이는 소프트웨어를 적용한 사실을 적발해 리콜 조치했다.
이형섭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은 "일명 '폭스바겐 사태'로 촉발된 경유차의 배출가스 조작 문제가 전 세계적에서 지속적으로 적발되고 있다“면서 ”조사범위를 더욱 넓혀 유로6 기준으로 인증을 받아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판매된 저공해자동차 등을 대상으로도 결함확인검사를 추진해 기준 준수 여부와 결함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이진성 기자 jinl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