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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고창신·승풍파랑·공행공반…"위기가 곧 기회" 한 목소리
대내외 경영환경 어려움 지속…혁신 향한 절박함 환기
입력 : 2019-01-02 오후 6:10:44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새해를 맞이하는 대기업들의 분위기는 어느때보다 긴장감이 가득했다. 미·중 무역분쟁, 신흥국 금융불안 등 글로벌 경기 둔화가 이어지고 반도체에 편중된 수출 구조,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고용 부진 등으로 내수 부진도 지속되면서 위기 대응 전략이 불가피하다. 더 나아가 이를 기회로 반전시키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대기업들은 체질 개선에 보다 주력하려 한다. 법고창신·승풍파랑·공행공반 등 이들이 내건 구호들은 새 도약을 위한 의지가 얼마나 큰 지 짐작케 한다. 
 
지난해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유례 없는 호황기를 누린 삼성전자조차 위기의 시기를 맞이하는 경계감은 다르지 않았다. 전사 실적을 견인했던 반도체 시황이 하강 국면에 접어들면서 포스트 반도체에 대한 대안 찾기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회사의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 김기남 부회장은 2일 전한 신년사에서 '법고창신'이란 사자성어를 언급했다. 옛 것에 토대를 두되 그것을 변화시킬 줄 알아야 하고 새것을 만들어 가되 근본은 잃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초일류 100년 기업을 향한 여정이 시작됐다"며 "삼성전자가 지난 50년간 IT 산업 역사의 한 부분이었다면, 다가올 50년은 삼성전자가 중심이 되자"고 격려했다. 그는 또 "개발·공급·고객 관리 등 전체 프로세스 점검을 통해 기존 사업의 기반을 견고히 하자"며 기본에 충실할 것을 강조했다. 
 
2일 수원 '삼성 디지털 시티'에서 열린 삼성전자 시무식에서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실질적인 총수로서 공식 데뷔를 한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신년사에서도 위기 돌파에 대한 절박감이 읽혔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급감하는 생존의 기로에서 정 수석부회장은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하여 군살을 제거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사업별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독자적 생존력을 키워나가겠다"고 역설했다. 2025년까지 친환경차 44개 모델 출시, 연간 167만대 판매를 통해 '클린 모빌리티'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것. 2021년 국내 자율주행 친환경 로보택시 시범 운영, 현대차그룹의 역량을 융합한 독자적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 모델 구축 등의 청사진도 제시했다. 그는 부친인 정몽구 회장의 '품질경영', '현장경영'의 경영철학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며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시장의 판도를 주도해 나가는 게임체인저로서 고객으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는 그룹으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위기의 시기를 새로운 기회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기업은 비단 이들 뿐 아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새해 경영화두로 '승풍파랑'을 제시했다. 원대한 뜻을 이루기 위해 바람을 타고 물결을 헤쳐간다는 의미로, 글로벌 경기하락과 무역전쟁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이겨내고 쇄신에 주력하자는 다짐이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앞으로의 10년이 한화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절박함으로 지금 이 순간에 임해야 한다"고 보다 강력한 주문을 했다. 김 회장은 "과거 그 어느때보다 더 혁명적 변화의 시기가 될 것"이라며 "지금 우리가 영위하는 업종이 언제까지 지금처럼 존속할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허창수 GS 회장은 "경쟁에서 이기고 앞서가기 위해서는 남이 모방할 수 없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유연한 대처와 혁신을 언급했다. 허 회장은 "부단히 학습하고 준비해 변화를 읽어내는 통찰력을 기반으로 미래의 사업 기회를 발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손경식 CJ 회장은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고 끊임없는 진화와 혁신을 통해 압도적 성과를 창출하자"며 "'하고잡이'형 글로벌 인재로 거듭나고 절실함으로 무장해 달라"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그러면서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공격적 사업확장을 해달라"며 "초격차 역량을 바탕으로 월드베스트CJ를 달성하자"고 격려했다. 구자열 LS 회장은 행하는 것이 없으면 돌아오는 것도 없다는 의미의 '공행공반'이라는 사자성어를 들어 목표 달성을 위한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판을 바꿀 만한 충분한 역량과 강인한 기업 체질이 필요하다"며 "실행력 강화,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 제고,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이 필수"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물벼락 갑질 사건 이후 총수 일가의 전횡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낸 한진은 임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지난 50년동안 결코 쉽지 않은 도전과 성취의 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건 그 길을 함께 걸어주신 수 많은 분들 덕분"이라며 "임직원에게 보답한다는 자세로 새로운 100년을 열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임직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이라며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성과에 대해 정당하게 보상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김진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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