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정부가 금융감독원을 공공기관 지정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금감원은 공공기관 지정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했지만, 향후 5년간 3급 이상 간부비율을 35% 수준으로 줄이는 고강도 인력 감축 방안을 실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 독립성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금감원으로선 감독·검사 인력 수급이 급박한데 제동이 걸릴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크다. 또한 정부가 금감원의 인력 감축 이행 실적을 매년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라 금감원 통제를 둘러싼 논란은 해마다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기획재정부 산하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는 30일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논의한 결과, 만장일치로 금감원을 공공기관 지정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운위가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지 않은 이유는 금감원이 감사원의 지적 사항을 충분히 개선한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공운위는 1년 전인 지난해 1월31일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유보하면서 경영공시 강화와 철저한 경영평가, 채용비리 근절 대책 마련, 방만 경영 해소 등 감사원 지적 사항을 개선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공운위 측은 "금감원의 유보조건 이행상황을 점검한 결과 상위직급 감축을 제외한 모든 조건을 이행했고, 상위직급 감축에 대해 향후 5년 내 35% 수준으로의 상위직급 감축 계획을 제출했기 때문에 공공기관으로 지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금감원이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는 산적해있다. 지난해 9월 기준 금감원의 3급이상 임직원 수는 851명으로 전체 임직원(1980명)의 43%다. 아래보다는 위가 두터운 역피라미드형 인력구조다. 금감원이 수용한 정부안에 따르면 5년내 금감원의 160명 가량의 3급 직원을 정리해야한다.
당초 금감원은 향후 10년에 걸쳐 3급 이상 직원 비중을 35%까지 줄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 기재부와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두고 협의하면서 35% 달성 시기를 향후 5년으로 절반 단축하기로 했다. 이 기간 동안 4급 직원의 승진 인사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윤석헌 원장이 추진하는 '스페셜리스트 제도'는 이 같은 금감원 내 인사적체 해소의 장치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승진체계에서 벗어나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검사역을 양성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금융위원회가 금감원 올해 예산을 삭감하면서 스페셜리스트에게 제공하는 인센티브 마련이 부담스럽게 됐다.
결국 명예퇴직 등으로 간부 사원을 조직 바깥으로 내보내야 하는데 이마저도 마땅치 않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금융 공공기관 직원의 퇴직금을 늘리는 명퇴 제도 현실화를 언급한 바 있으나 비금융 기관들과의 형평성 문제로 제동이 걸려있다.
금감원은 앞으로 상위직급 감축 계획을 이행하면서 매년 공운위에 이행실적을 제출해야 한단. 상위부처인 금융위원회도 금감원의 상위직급 감축 이행상황을 예산 심의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공공기관 지정이 필요한 이유로 금감원에 대한 관리와 통제를 강조하는 반면 금감원은 감독기관으로서 독립성이 중요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논란은 금융감독체계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와도 관련이 있어 조기에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조직과 인력을 공공기관 수준으로 얼마나 빨리 줄이느냐가 매년 이슈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부 정치권이나 시민단체에서는 금융위 등 타 부처가 금감원을 통제하려고 한다며 금융정책기능과 감독기능을 분리하는 감독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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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