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이아경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영업이익 3조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4분기 국제유가 급락과 정제마진 축소에 발목이 잡혀 3년 연속 3조원 흑자 달성은 다음을 기약했다. SK이노베이션은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등 외생변수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업 모델 혁신을 지속해간다는 방침이다. 또 차세대 주력사업인 전기차 배터리 부문을 집중 육성해 기업가치를 키워간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4.2% 감소한 2조1202억원을 기록했다고 31일 공시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18.1% 증가한 54조5109억원, 순이익은 21.3% 감소한 1조687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1.4% 증가한 13조9481억원, 영업손실은 278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사업부문별 실적을 보면, 지난해 석유사업 매출액은 39조1935억원, 영업이익은 713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전반적인 유가 상승 영향으로 전년보다 매출은 19.6% 증가했지만 4분기 유가 급락과 정제마진 악화 여파로 영업이익은 52.5% 줄었다. 화학사업은 매출액 10조6844억원, 영업이익 1조1175억원를 기록했다. 파라자일렌(PX) 스프레드는 연중 강세가 지속됐으나 에틸렌과 폴리에틸렌(PE), 벤젠 시황이 약세를 보이며 영업이익이 전년에 비해 18.9% 감소했다.
윤활유사업은 고급 기유의 견조한 수요 성장에도 경쟁사의 신규 설비 가동, 4분기 유가 급락에 따른 제품 재고 손실 영향으로 전년보다 8.8% 감소한 4607억원에 그쳤다. 석유개발사업은 전반적인 유가 상승 영향으로 전년보다 35.8% 증가한 2558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실적 발표부터 배터리 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별도로 구분해 제시했다. 지난해 배터리 부문 매출액은 3482억원, 영업손실 3175억원으로 집계됐다. 유럽지역 고객사에 대한 전기차 배터리 공급이 늘어나면서 매출액이 전년보다 139% 급증했지만 적극적인 투자 확대, 성장을 위한 대규모 인력 충원 등으로 영업 손실이 커졌다.
윤형조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지원실장은 이날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확보하고 있는 배터리 수주잔량은 320기가와트시(GWh)"라며 "아직 수익성 확보가 제한적인 상황이지만 전기차(EV) 시장이 활성화하고 현재 건설 중인 설비가 가동되는 2020년 이후엔 이익 실현이 구체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전기차 배터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과 유럽, 미국, 중국 등 4개국에 글로벌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내부적으로는 내년부터 배터리 부문에서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4분기 시황 악화로 석유사업이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비지니스 모델 혁신에 따른 각 사업 별 내실을 바탕으로 연간 실적 선방을 이뤄 낼 수 있었다"며 "향후 딥체인지2.0에 기반해 배터리·소재 등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회사 수익 구조를 더욱 고도화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연간배당을 전년과 동일한 주당 총 8000원으로 결정했다. 중간배당을 제외한 기말배당은 주당 6400원이다.
양지윤·이아경 기자 akl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