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한국의 원격의료가 현행 의료법에 막혀 지지부진하는 사이 국내 기업들이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가 산업 활성화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는 동안 기업들은 규제가 덜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형국이다.
7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해외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 대표적 기업으로는 네이버가 첫 손에 꼽힌다. 이미 네이버는 일본 자회사 '라인(LINE)'을 통한 일본 원격의료 시장 진출 초읽기에 들어갔다. 라인은 일본 의료전문 플랫폼업체 'M3'와 합작법인 '라인헬스케어'를 도쿄에 설립한 상태다. 일본에서 스마트폰 메신저 라인으로 대박을 터트린 네이버는 일본에서 의료서비스 플랫폼으로 또 한 번의 성공을 노린다.
네이버와 손을 잡은 M3는 일본의 소니 계열사로 일본 내 의료 분야에서 변화를 이끌고 있는 기업이다. M3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가장 혁신적 기업' 5위에 이름을 올릴 만큼 일본 제약업계에서는 혁신적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라인헬스케어는 라인에 M3 의료서비스를 접목할 예정인데, 라인의 일본 현지 이용자 규모(7800만명)를 감안하면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네이버가 국내가 아닌 일본 시장에 먼저 진출한 이유 중 하나도 우리보다 앞선 일본의 원격의료 시장에 있다. 일본은 2015년 원격의료를 전면 도입한데 이어 지난해부터 원격의료에 건강보험까지 적용하고 있다.
셀트리온도 해외 원격의료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셀트리온은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원격의료 분야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지난달 4일 사업 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지난해부터 AI 원격 진료 서비스에 대해 공부 중"이라며 "서비스 구현을 위해 빅데이터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I 원격진료 서비스가 되려면 원격의료가 가능하고 빅데이터 활용이 가능하도록 법이 갖춰져야 한다"며 "이런 제도가 거의 완성된 나라 2곳과 초기 협의 단계에 있다"고 덧붙였다. 셀트리온도 국내 여건을 감안해 일찌감치 해외시장 공략으로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격의료·체외진단 전문기업인 싸이메디는 8월 중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디지털 기반 재활 솔루션을 제공하는 네오펙트는 올해 상반기 중 미국 의료법인을 설립해 현지 재활의료 시장 내 원격진료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일본을 포함해 중국과 미국 등 다른 국가들도 우리와 다르게 원격의료 시장에 적극적이다. 중국은 지난 2015년 중국 환자와 미국 의료진 간 원격진료를 허용했고, 2016년에는 중국 내 병원과 환자 간 원격의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시장조사기관 IBIS월드에 따르면 미국 역시 전체 진료 6건 중 1건이 원격으로 이뤄지고 있는 현실이다. 미국 원격의료 시장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45.1% 성장률을 보일 정도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선진국에서 규제의 문턱을 낮추고 산업 활성화에 공을 들이는 사이 국내 원격의료 산업은 최근 10년 동안 답보 상태다. 실제 지난해 한 조사에서 글로벌 디지털 헬스 케어 스타트업들은 국내 의료규제 1위로 원격의료 금지(44%)를 꼽았다. 그럼에도 의료계는 여전히 오진 가능성을 이유로 원격의료 도입에 반대하고 있어 실타래를 풀기 쉽지 않아 보인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