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동시다발적 악재가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독일을 중심으로 불거진 유로존 경기침체와 브렉시트발 정치적 혼란이 2분기부터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사이 글로벌 패시브펀드 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유로존 이탈이 거셌다. 상장지수펀드(ETF) 자금은 지역별로 유로존에서 가장 많은 5억7000만달러가 빠져나갔고, 유럽도 5억5000만달러, 독일은 5억달러로 뒤를 이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증권시장에서 테리사 메이 영국총리의 발언 화면과 함께 브렉시트 소식을 담은 뉴스가 방송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국내에 설정된 유럽펀드도 마찬가지다. 최근 한달간 해외 주식형펀드 중에서 유럽펀드에서 68억원, 신흥유럽펀드에서 247억원이 순유출됐다. 강영숙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펀드자금은 경기둔화 우려로 인해 유럽을 중심으로 선진국 주식에서 유출이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외국인들의 외면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유로존의 경기 둔화에서 비롯됐다.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는 유로존의 올해 경제성장률(GDP)을 1.3%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연말의 1.9% 예상보다 0.6%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특히 유로존 제조업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의 자동차산업 둔화가 한몫했다. 독일의 자동차 판매 부진은 지난해 4분기부터 뚜렷해졌다. 차량 신규등록 자체가 줄어드는 추세인데다, 대외적으로 미국-EU간 자동차 관세 부과, 중국 내 판매 부진이 부담으로 작용한 탓이다.
이원 부국증권 연구원은 "유로존 경제성장률이 2분기 연속 GDP 장기추세선을 밑돌면 기술적으로는 경기침체 국면으로 본다"며 "문제는 경기부양책을 제시해야 할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를 이미 종료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적 불확실성도 악재로 작용했다. 브렉시트까지 불과 38일이 남았지만, 영국의회가 브렉시트 합의안 비준을 반대하고 나서는 등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다행히 유럽경제에서 핵심적인 문제로 작용한 독일의 부진이 회복될 조짐이 있어, 유럽이 더 나빠지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로존의 펀더멘탈 불안은 1분기가 바닥이라는 평가에서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수석전략가는 "독일은 유럽 전체 수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데, 수출 부진으로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추락했다"며 "하지만 최근 독일의 수출기대지수가 반등하고 자동차에 대한 해외수출 주문이 늘어나고 있어 최악의 상황은 벗어나고 있는 걸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승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로존의 기업실적 역시 독일을 중심으로 불안했다. 지난 4분기 독일의 주당순이익(EPS)은 1년 전보다 23.8%나 하락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하지만 올해에는 자동차 업종 EPS가 11.7%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고, 이를 바탕으로 유로존의 실적 불안도 1분기 이후에는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며 분위기 전환을 예상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