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아경 기자] 국내 태양광 기초소재산업은 중국의 지배력 확대에 고사위기에 직면했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수요를 넘어서는 중국의 공급과잉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는데다, 주요 수출국인 중국이 반덤핑 관세를 매겨 돌파구를 찾기도 쉽지 않다.
3일 시장조사기관인 PV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2월 1kg당 16.3달러였던 국제 폴리실리콘 가격은 지난달 27일 9달러대로 떨어졌다. 국내 폴리실리콘 기업들의 제조원가가 kg당 13~14달러인 것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중국은 오히려 국내 폴리실리콘 기업들이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폴리실리콘을 판다며 반덤핑 관세도 매기고 있다. 현재 OCI는 4.4%, 한화케미칼은 8.9%의 반덤핑 과세를 적용받는다.
국내 업체들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폴리실리콘 제조기업인 OCI와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나란히 영업이익이 반토막 안팎으로 깎였다. 작년 4분기에도 동반 영업손실을 내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폴리실리콘 수출도 전년보다 33.6% 감소한 8억3000만달러에 그쳤다. 중국의 폴리실리콘 증설에 따른 공급과잉 우려가 지속되고 있어 올해 수출도 작년보다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된다.
가격경쟁력도 계속 밀리는 형국이다. 수출입은행 조사 결과, 지난해 말 GCL로 추정되는 중국 최상위 폴리실리콘 업체의 제조 단가는 kg당 7.3달러다. 중국 폴리실리콘 생산업체는 정부의 지원으로 제조단가를 낮춰 폴리실리콘 가격이 kg당 10달러 이하로 내려가도 규모의 경제로 이익 실현이 가능하다. 국내 기업들이 팔수록 손해인 상황과는 다른 셈이다.
2018년 한국과 중국의 태양광 기업 경쟁력 현황. 출처/수출입은행
최근 2년간 관련 업체들의 경영도 급격히 악화됐다. 국내 최대이자 세계 2위인 폴리실리콘 기업 OCI는 지난해 군산공장에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2017년 인수한 말레이시아 생산공장 증설을 계획하며 원가절감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국내 3위였던 폴리실리콘 회사인 한국실리콘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한화케미칼 역시 울며 겨자먹기로 공장을 돌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업계는 국내 태양광 산업 생태계가 붕괴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태양광 산업의 출발점인 폴리실리콘의 주도권을 중국에 뺏기면,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시스템(태양광발전소)'으로 이어지는 태양광 가치사슬이 무너져 중국 의존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잉곳과 웨이퍼 산업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린 상태다. 국내 시장을 버티고 있는 웅진에너지는 지난해 56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고, 2017년에는 롯데정밀화학이 출자한 SMP와 웨이퍼 생산 세계 5위를 자랑하던 넥솔론이 파산했다. 일찍이 SK실트론(옛 LG실트론)은 2013년 태양광용 웨이퍼 생산을 중단했으며, 최근에는 한화큐셀이 중국 소재 잉곳, 웨이퍼 사업을 정리했다.
셀, 모듈 시장에 대한 중국 기업의 공세도 점차 세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4년 82.9%였던 태양광 패널시장의 국산비율은 지난해 8월 66.6%까지 하락했다. 반대로 중국산 태양광 모듈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2014년 16.5%에서 지난해 33.4%로 불었다. 태양광협회는 일부 민간 시공·발사업자들이 대형 태양광 프로젝트에 중국산 저가제품 사용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폴리실리콘 가격은 제조원가보다 한참 못미치는 수준에다가 중국 반덤핑 이슈까지 겹쳐 수출 경쟁력이 악화되고 있다"며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 등 산업생태계가 붕괴되면, 국내 셀·모듈 업체는 핵심기초소재를 전량 중국 수입산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아경 기자 akl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