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연초 한국증시 랠리의 핵심이었던 외국인의 투자 포지션이 순매도로 돌아서고 있다. 특히 3월 들어 악화된 수급 탓에 1월 대규모 매수 물량을 되돌리는 분위기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분기(1~3월)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순매수한 금액은 3조8000억원이지만, 이는 대부분 1월 물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1월 코스피에서 4조원을 순매수하며 국내증시의 상승을 이끈 외국인의 투자심리는 급격히 꺾였다. 2월 순매수 규모는 1408억원으로 줄었고, 3월 들어서는 매도로 포지션을 바꿔 누적 5700억원을 순매도했다. 통상 패시브 자금으로 파악되는 미국계 자금 역시 1월 대비 2월 자금이 순유출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 코스피는 2월말 전고점이었던 2241.76포인트에 비해 2.9%(20일 종가) 밀리며 연초의 상승분을 반납하고 있다.
20일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종가 2177.10이 표시돼 있다. 2월말 전고점에 비해 2.9% 하락한 수치다. 사진/심수진 기자
글로벌 증시에서 한국 시장은 유동 상승탄력을 잃은 모습이다. 최근들어 신흥국에 비해 선진국 주식형펀드로 수급강도가 강해졌고, 신흥국 중에서는 중국의 독주가 거세지면서 한국증시는 상대적으로 모멘텀이 약화됐다. 중국증시는 독보적 상승세인데, 무역협상 결과와는 별개로 자체 부양책에 따른 기대감이 중국의 대형 정치이벤트인 양회까지 지나며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주식형펀드의 자금흐름을 보면, 지난해 연말~올해 연초 신흥국 주식으로 쏠렸던 수급이 3월들어 선진국으로 돌아서고 있다.
문다솔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IT섹터에서 반등 조짐이 뚜렷한데 소프트웨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하드웨어는 애플이 주도하고 있다"며 "유럽은 뒤늦게 매크로 모멘텀이 커지면서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가 반등하고, 바닥통과 기대감이 커지면서 글로벌 증시 수익률 상위 지역에 유럽 주요국이 대다수 포진됐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투자심리 위축뿐 아니라 국내의 경우 이익 모멘텀도 낮은 상황이다. 1분기 실적시즌을 앞두고 있지만 증시가 여전히 방향성을 잃은 이유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EM) 시장에서 한국의 순이익 비중은 5년래 최하단에 있는 반면, 중국의 순이익 비중은 최상단을 차지한다.
외국인은 1분기중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를 가장 많이 매도했다. 순매도 규모는 4970억원이다. 이어 KB금융(-4914억원), SK텔레콤(-3030억원), 삼성전기(-2489억원), 현대모비스(-2304억원), 엔씨소프트(-2072억원), 셀트리온(-2025억원), 삼성엔지니어링(-2022억원)를 2000억원 이상 순매도했다.
문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이익 모멘텀이 강한 업종이 1분기 실적 시즌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현재 기관 수급에만 의존안 상황에서 (실적을 선호하는) 유럽계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