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전자기업의 지난해 연구개발(R&D) 비용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불황이 시작됐고 액정표시장치(LCD) 판가 하락으로 적자를 겨우 면하는 상황에서도 경쟁업체들과의 초격차 유지를 위해 R&D는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2일 주요 상장사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 18조6620억원을 R&D에 투입했다. 종전 최고 기록이었던 2017년(16조8056억원)보다도 11% 늘어난 규모다. 매출액(243조7714억원) 대비 R&D 비용 비중으로도 7.7%에 달해 2003년(8.1%)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삼성전자는 주요 연구개발 성과로 세계 최초의 차세대 스마트폰용 256GB급 저장매체 UFS 양산, 세계 최초의 차세대 10나노급 8Gb DDR4 D램 양산, 세계 최고 속도의 5세대 V낸드 기반 PC SSD 양산 등을 꼽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시설투자(건물 및 설비 신·증설)에 29조3986억원을 들였다. 이 중 반도체 부문에만 23조7196억원을 투자했다. 전년(27조3456억원)보다는 약간 줄었지만 2016년(13조1513억원)과 비교하면 10조원가량 늘었다. 2017년에는 평택 반도체 공장 가동으로 설비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었다.
SK하이닉스 역시 2조8950억원을 투자해 R&D에 역대 최대 금액을 투자했다. 종전 사상 최대 수준이었던 2017년(2조4870억원)보다도 16.4% 넘게 늘었다. 다만 지난해 매출액 역시 역대 최고를 기록하면서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R&D 비용의 비중은 7.2%로, 전년(8.3%)보다 다소 떨어졌다. SK하이닉스는 주요 성과로 20나노 초반의 8Gb HBM2 2세대, 72단 SATA 기업용 SSD, 10나노 후반대 16Gb DDR4, 10나노 중반대 8Gb DDR4 등을 들었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시설투자 비용은 17조380억원으로 전년 10조3360억원 보다 약 70% 늘었다. 전체 매출(40조4451억원) 가운데 44%를 시설투자에 들인 셈이다. 지난해 10월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 M15 공장 가동에 들어갔고 12월에는 본사가 있는 경기도 이천에 신규 D램 생산라인인 M16 착공에 들어갔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두 회사는 몇 년 후를 바라보고 R&D 투자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는 사업의 어려움 속에서도 R&D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매출 비중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LCD 업황 하락으로 인해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96.2% 급감한 929억 원에 그쳤다. 하지만 R&D 비용은 2조641억1900만원으로 처음 2조원을 넘겼다. 매출액에서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8.5%로 높았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경우 8.5세대 OLED TV 생산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있으며 신제품의 성공적 라인업, 8.5세대 및 10.5세대 OLED 투자를 통해 OLED 사업 기반을 더욱 확고히 다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선 삼성전기는 지난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R&D 비용을 투입했다. 5324억3600만원으로 지난 2014년 5640억1100만원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삼성전기 사업의 양대 축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카메라 모듈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에는 중국 톈진 생산법인에 5733억원을 들여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공장을 신축하기로 결정했다. LG전자 역시 지난해 R&D에 3조9683억7900만원(매출액 대비 R&D 비중 6.5%)을 집행했다. 역대 최고 수준이었던 지난해 4조337억9700만원(6.6%)보다는 조금 낮았지만 역대 두 번째 수준으로, 프리미미엄 가전, 로봇 등의 분야에서 경쟁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좁히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