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시행에 따라 국내 기업과 주주간 문화가 변화하고 있지만 관치 우려를 줄이기 위해 국민연금 내부 기구간 역할 배분을 명확히 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2일 국회도서관에서 김병욱 의원 주최로 열린 '연기금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평가와 전망 토론회가 개최됐다. 사진/뉴스토마토
2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연기금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평가와 전망' 토론회에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의 기업지배구조가 코리아디스카운트 요인 중의 하나였지만 올해 주주의 힘으로 기존의 대주주에 경종을 울린 일이 일어났다"면서 "일부에서는 기업경영에 과도한 개입이라고 비판하지만 사안에 따라 합리적인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발제자로 나선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스튜어드십코드센터장은 "주요 연기금에 대한 일정수준의 공적 통제가 불가피해, 조직개편만으로 관치의 우려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면서 "기금의 이익에 충실하고, 시장이 신뢰할 수 있도록 내부 기구간 역할 배분을 명확히하고, 수탁자 책임 이행 문화의 관행이 정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주총회의 내실화를 위해 송 센터장은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이후 주주총회를 개최하도록 일정이 조정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소집공고시 사업보고서 공개를 의무화한다면 주총 전 경쟁사의 경영성과 비교가 가능하고 촉박한 소집공고 기한과 감사기간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주총 개최와 관련해 전체 상장사가 반드시 안건에 대한 투표율과 반대율을 공개되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 등 해외 대부분의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는 투표율과 반대율 정보는 의결정족수 미충족 우려를 가장 잘 보여주는 정보로, 대기업보다는 소기업에 더 유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자본금 변경 및 배당결정을 위한 주주제안 △이사회조직과 구성 운영 등에 대한 정관변경 주주제안 등이 가능하도록 공시부담을 완화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신진영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대한항공 사례는 이사선임에 '참석 주주의 3분의2 이상' 규정을 적용하고 있어 일어난 특수한 케이스로, 반복되기 어려운 일"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국민연금은 공적연금이기 때문에 정부로부터 완전한 독립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위원회의 구성과 역할을 정비해 위원들이 책임감을 갖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상영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변호사)은 이번 대한항공 주주총회에 대해 "결국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기업가치를 훼손한 재벌총수는 이사에서 퇴출될 수 있는 신호를 시장에 보냈고, 주주총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것에 대한 경고를 했을 뿐 아니라 일반 주주들에게도 주주총회 참여를 통해 기업들의 고질적인 지배구조 문제와 책임경영 문제를 바꿀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준 것이 큰 의미"라고 평가했다.
최영민 국민연금연구원 기금정책팀장은 "현재 국민연금 의사결정 구조를 개선하려 노력 중"이라며 "중장기적으로 국민연금 포트폴리오 내에서 국내 주식 축소도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분 5% 매입 시 지분변동사유가 발생할 때마다 공시해야 하는 '5%룰'과 10% 이상 투자자가 보유목적을 밝혀야 하는 내용을 담은 '10%룰'에서 국민연금을 보고 예외대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대한항공 사례를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의 결과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토론회에 청중으로 참석한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한국에서는 정파적이고 진영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를 해석하고 있지만 스튜어드십코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생태계와 인프라가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