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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채권단 자구계획 거부…아시아나항공 매각 유력
"자구계획 미흡…박삼구 회장 사재 더 출연해야"
입력 : 2019-04-11 오후 4:26:15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금융위원회와 채권단이 금호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자구계획안을 거부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금융위·채권단 내부에서는 "금호가 아직 정신 못차렸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금호그룹이 내놓은 자구계획 내용을 보면, 박삼구 회장 아내·딸이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4.8%를 담보로 제공하는 것 외에는 사실상 새로울 게 없을 뿐더러 박삼구 회장의 희생도 찾아볼 수 없어서다. 
 
채권단에 따르면 금호그룹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해 빚을 갚는 방법과 박삼구 회장의 사재출연을 통해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반면 자율협약과 법정관리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의 조기상환에 따른 디폴트 우려로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금융위와 채권단은 전날 금호그룹이 제출한 아시아나항공 자구계획에 대해 거부의사를 밝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금호그룹이 제출한 자구계획안이 과연 진정성을 가지고 최선을 다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박삼구 회장 물러나면 아들이 경영하겠다고 하는데, 그게 (박삼구 회장이 경영할 때와) 뭐가 다른지 의아하다"며 "(아들이 경영하면) 경영이 달라질 만한 것이 있다고 기대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또 최 위원장은 "대주주의 재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을 살리기 위한 것이란 걸 명심해야 한다"며 "금호 측이 3년을 달라고 요청했는데 그간 30년이 주어졌다. 그런데 시간을 더 달라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금융위와 같은 입장을 전했다. 산업은행은 "사재출연 또는 유상증자 등 실질적 방안이 없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미흡하다"고 밝혔다.
 
이어 "자구계획에 따라 금호그룹이 요청한 5000억원을 채권단이 지원하더라도 시장 조달의 불확실성으로 향후 채권단의 추가 자금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산업은행은 채권단과 협의해 향후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채권은행들 사이에서는 "금호그룹이 아직 정신을 못차렸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을 비롯해, 신한·하나·우리·농협·SC제일은행이 포함됐다.
 
한 채권은행 수석부행장은 "자구계획안을 받고 당혹스러웠다"며 "은행들에게 퍼져있는 익스포져도 상당한 상태인데 이정도 자구계획안을 내고 신규로 5000억원을 빌려간다고 하는 건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채권은행 관계자도 "담보로 제공한 금호고속 4.8% 지분 기껏해야 150억원 정도 밖에 안된다"며 "금호타이어 지분을 합쳐서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15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차입금 70%가 시장성 채권을 발행하는 아시아나항공이 시장의 신뢰를 극복해야 하는데, 이 자구계획으로는 택도 없다"고 비판했다.
 
채권은행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금호그룹이 제시한 자구계획안은 '최종본'에 가깝다. 박삼구 회장의 사재출연 외에는 "웬만한 것은 다 내놓았다"는 의미다. 따라서 앞으로 금호그룹은 두가지 선택사항에 놓이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해 빚을 갚거나, 박삼구 회장의 추가 사재를 출연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우리가 자구계획을 살펴본 결과, 금호그룹이 내놓을 만한 것은 모두 내놓은 것 같다"면서 "다만 박삼구 회장이 사재출연을 더 해야 하는데 그러한 내용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채권단이 자율협약에 돌입해 강제적으로 자산을 매각시킬 수 있는 방안과 법정관리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들은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협약에 돌입하면 우선 신용등급이 하락해 '트리거 조항'에 따라 ABS를 조기상환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가 열악한 상태에서 1조 6200억원에 달하는 ABS를 상환하게 된다면 디폴트에 직면하게 되는 셈이다. 
 
법정관리도 가능성이 낮다. 이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모든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채권은행(시중은행 포함)은 차치하더라도 ABS채권자들의 동의를 받기가 쉽지 않다. 결국, 남은 것은 박삼구 회장이 추가 사재출연을 하거나, 이를 이행하지 못했을 경우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해 빚을 갚는 방법 뿐이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여차하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방법이 가장 유력할 것"이라며 "M&A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면, 인수의향자가 제시한 매각대금으로 채권을 회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는 사유재산이라서 금융위·채권단이 매각하라고 직접 말할수 없다"며 "박삼구 회장이 지금보다 더 나은 자구계획안을 가져오지 못하면, 금호그룹 측에서도 결국 매각 방법밖에 없지 않겠나"고 덧붙였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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