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말 그대로 ‘상전벽해’였다. 허허벌판이었던 마곡·마곡나루역 근처는 어느새 빌딩숲으로 변해있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공사장 인부들을 제외하고는 행인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거리는 활기가 넘쳤다. 공사 중인 몇몇 상가들만이 역 주변을 지켰던 상권도 크게 바뀌었다. 신축 건물들마다 상가 분양 소식을 알리는 대형 플래카드들이 걸려 있었다. 건물마다 식당들과 편의시설들이 들어찼고 점심시간에는 손님들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4월20일 ‘LG사이언스파크’가 개관하면서 생긴 변화들이다.
LG사이언스파크 현재의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개관한 지 1년을 맞은 LG사이언스파크는 LG그룹의 연구개발(R&D) 핵심 전진기지로 자리매김했다. LG사이언스파크는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8개 계열사 연구 인력이 근무하는 국내 최대 규모 융·복합 연구단지로 조성됐다. 축구장 24개 크기인 17만여m²(약 5만3500평) 부지에 8개 계열사 20개 연구동이 들어섰다. 연면적(111만m²·약 33만7000평) 기준 서울 여의도 총면적의 3분의 1이 넘는 규모다. 2017년 10월부터 현재까지 직원 1만7000명이 1차로 입주를 마쳤고 2020년에는 2만2000명까지 상주인원이 확대될 예정이다. LG그룹 관계자는 “LG화학 등 2차 입주를 위한 공사를 하고 있고 내년이 되면 더 많은 인구가 밀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년여전 LG사이언스파크. 사진/뉴스토마토
이 곳에서는 전자, 화학 분야의 연구와 함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자동차부품, 에너지 등 성장사업과 로봇,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 LG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먹거리 발굴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9월 취임 후 첫 행보로 LG사이언스파크를 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임직원들과 소통하는 장소로도 이 곳을 선호하고 있다. 올해 새해모임부터 LG어워즈, LG테크컨퍼런스 등이 모두 여의도 사옥 대신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렸다. 구 회장은 때마다 그룹의 가치와 비전을 제시하는 한편 임직원들과 일일이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에 힘썼다.
LG그룹과 계열사를 방문한 해외 바이어들도 공항으로 출국하기 전 LG사이언스파크를 거치는 것이 일정처럼 됐다. LG그룹의 현재와 미래를 한 번에 보여줄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다. 자사 연구원들과 해외 바이어들의 출장을 지원하기 위해 메리어트호텔과 손잡고 만든 마곡나루역 인근 비즈니스호텔도 문을 열었다.
LG사이언스파크 산책로는 지역 주민들을 위해서 개방돼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설계 단계부터 ‘연결’ ‘몰입’ ‘배려’를 콘셉트로, 오픈 이노베이션이 가능하도록 지은 만큼 외부인들에게도 개방적이다. 통상 기업들의 연구소가 폐쇄적으로 운영돼 들어가는데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과는 반대다. LG그룹은 중소·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을 위한 개방형 연구공간과 글로벌 기업·연구기관과의 공동 연구 공간인 조인트랩을 제공하고 있다. 건물과 건물사이에는 ‘융합로’라고 불리는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 지역주민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사시사철을 대표하는 꽃과 나무, 분수까지 마치 공원처럼 만들어져 있었다. 주말을 맞아 자녀들과 함께 산책을 나온 마곡주민 이씨는 “아파트에서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부족한데 근처에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좋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