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경기침체 우려를 딛고 미국증시가 4월에 사상최고치 행진을 보이면서, 한국증시와의 비동조화(디커플링)가 심화됐다. 기업들의 호실적을 등에 업은 미국증시와 달리 실적 등 모멘텀이 부족한 한국증시는 당분간 게걸음 장세가 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4월 들어 미국 다우존스, S&P500, 나스닥지수는 각각 2.3%, 3.7%, 5.4%씩 상승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나스닥과 S&P500은 모두 사상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미 증시가 하락할 때는 민감하게 동조(커플링)하는 한국이지만, 코스피는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하지 못했다. 코스피 사상최고가는 지난해 1월의 2598.19포인트다.
28일 뉴욕증권거래소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미 증시의 비동조화는 매월 심화됐다. 1월 코스피와 S&P500의 상승률은 각각 8.0%, 7.8%로 비슷했다. 하지만 2월에는 한국 -0.4%, 미국 2.9%, 3월엔 한국 -2.4%, 미국 1.7%로 벌어졌다. 4월에도 한국 1.8%, 미국 3.2%를 달리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1분기 어닝시즌의 차별화된 경과가 디커플링을 부추겼다고 해석했다.
국내 기업들의 이익 컨센서스는 하향조정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앤에 따르면, 1분기 중 총 26개 업종 중 21개 업종의 1분기 및 연간 이익컨센서스가 하향 조정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프리 어닝시즌부터 코스피의 실적 컨센서스 하향이 나타났다"며 "1분기 실적시즌은 코스피 밸류에이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에선 1분기 실적이 걱정한 것보다 견조한 수준으로 발표되고 있다. 3분의1 기업들이 실적을 발표했는데 이중 80%가 전망치를 웃돌았다. 특히 비중이 큰 IT섹터 주요기업들의 성과가 긍정적이다. 1분기 마이크로소프트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5% 증가했고, 비자, 페이팔홀딩스, 자일링스, 제록스 등 주요 기업들도 모두 예상치를 웃돈 실적을 내놓았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별개로 국내 증시가 오르려면 위험자산 선호심리 확대, 신흥국 증시 강세가 나타나야 하는데 현재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이 와중에 강달러와 원화 약세가 심화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달러인덱스는 98에 근접하며 2017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은 원화의 추가 강세에 대한 기대감이 있을 때 유입되는데, 외국인은 원·달러 환율 1150원 위에서는 순매도 경향이 뚜렷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