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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인력 빼간 SK이노와 전면전… 미국서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
LG화학 "SK이노베이션, 2017년부터 LG화학 인력 76명 빼가 핵심기술 유출"
입력 : 2019-04-30 오전 9:09:22
[뉴스토마토 이아경 기자] LG화학이 미국서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하고 관련 제품의 전면 수입금지를 요청하는 등 전면전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핵심 인력들을 대거 빼가면서 2차전지 관련 핵심기술이 유출당했다는 이유에서다. 
 
LG화학은 29일 (현지시간) SK이노베이션의 전지사업 미국 법인(SK Battery America) 소재지인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영업비밀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2차전지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셀, 팩, 샘플 등의 미국 내 수입 전면 금지도 요청했다. 
 
자료/LG화학
 
앞서 LG화학은 2017년 10월과 2019년 4월 두 차례 SK이노베이션에 내용증명 공문을 보내 '영업비밀, 기술정보 등의 유출가능성이 높은 인력에 대한 채용절차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또 올해 초 LG화학은 2017년 당시 SK이노베이션으로 전직한 핵심 직원 5명을 대상으로 제기한 전직금지가처분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LG화학 측은 "앞선 자제요청에도 SK이노베이션이 핵심인력 채용과정에서 유출된 영업비밀 등을 2차전지 개발 및 수주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행위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해 법적 대응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LG화학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2017년부터 불과 2년만에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의 연구개발, 생산, 품질관리, 구매, 영업 등 전 분야에서 76명의 핵심인력을 대거 빼갔다. 이 중에는 LG화학이 특정 자동차 업체와 진행하고 있는 차세대 전기차 프로젝트에 참여한 핵심인력들도 다수 포함됐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핵심기술 유출우려가 있는 LG화학 인력을 대상으로 추가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LG화학은 특히 SK이노베이션의 입사지원 서류에 2차전지 양산 기술 및 핵심공정기술 등과 관련된 LG화학의 주요 영업비밀이 매우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담겨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입사지원 서류에는 LG화학에서 수행한 상세한 업무 내역은 물론 프로젝트 리더, 프로젝트를 함께한 동료 전원의 실명도 기술하도록 돼 있었다. 
 
SK이노베이션이 입사서류에 프로젝트 동료를 작성하게 한 사례. 자료/LG화학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이를 통해 LG화학의 선행기술, 핵심 공정기술 등을 유출했으며 또한 이직 전 회사 시스템에서 개인당 400~ 1900여건의 핵심기술 관련 문서를 다운로드 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유출된 LG화학의 영업비밀 등을 이용해 선두업체 수준의 자동차용 2차전지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약했고, 이러한 점들이 최근 미국을 포함한 주요 고객사들로부터 글로벌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시작한 배경이 된 것이라고 추측했다.
 
실제 2016년 말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고는 30GWh에서 올해 1분기 기준으로는 430GWh로 14배 이상 증가했다. LG 화학 측은 "이번 사안은 개인의 전직의 자유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LG 화학의 2 차전지 핵심 인력을 대거 채용하고 이들을 통해 조직적으로 영업비밀을 유출해간 심각한 위법 행위"라고 강조했다.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은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인 LG화학의 2차전지 사업은 1990년대 초반부터 30년에 가까운 긴 시간 동안 과감한 투자와 집념으로 이뤄낸 결실"이라며 "이번 소송은 경쟁사의 부당 행위에 엄정하게 대처해 오랜 연구와 막대한 투자로 확보한 핵심기술과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LG화학은 지난해 전사 연구개발비로 1조원 이상을 투자했고, 이 중전지분야에만 3,000억원 이상을 투자한 바 있다. LG화학의 2차전지 관련 특허건수는 1만6685건에 달한다.
 
이아경 기자 aklee@etomato.com
이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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