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왕해나 기자] 4대 그룹 계열사들이 독자 생존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정 계열사 의존도가 높은 구조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에 한계가 있어서다. 계열사들은 ‘주력사 이외의 고객사 확보’에 열중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계열사들은 삼성전자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사업 다각화를 모색 중이다. 삼성전기는 2015년 61.8%에 육박하던 삼성전자 의존도를 지난해 44.4% 수준까지 낮췄다. 모바일 등 삼성전자 의존도가 높은 거래구조를 산업·전장 등 성장시장 중심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다. 삼성전기는 올해 IT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비중을 낮추는 대신 전장·산업용 MLCC 매출 비중을 약 30%까지 올려 삼성전자 매출 비중을 더욱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SDI도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를 지속적으로 낮추며 생존 기반을 마련 중이다. 이는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 이후 더욱 가속화됐다.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 비중을 별도로 공개하진 않지만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 배터리 등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내부적으로는 현재 15% 수준인 전체 매출액 중 전기차 배터리 부문 비중을 내년 3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미국 전기차 배터리 팩 공장을 증설을 위해 6200만달러(696억원)를 투자한다. 중국 시안에는 현지 정부, 합작회사와 함께 1조7000억원를 투자하는 전기차 배터리 2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다.
삼성SDS도 연간 매출에서 삼성전자 비중을 2016년 73.8%에서 지난해 71%까지 줄였다. 아직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크긴 하지만 외부 고객사를 늘리면서 대외사업 확대로 실적 안정성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들도 각자 도생 방안을 찾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1분기에 완성차 해상운송(Pure Car Carrier, PCC) 부문에서 비계열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현대·기아차 외에도 글로벌 완성차업체와 중장비 제조사, 중고차 유통사 등을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벌인 결과 비계열 매출 비중이 더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미국 테슬라의 모델3의 북유럽향 수출 물량을 따내고 스웨덴 선사 스테나 레데리와 유럽 해운 합자회사 스테나 글로비스를 설립하는 등 사업 다각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업체 대상으로 수주한 핵심부품 실적이 16억5700만달러(1조9320억원)로 전년보다 36.4% 올랐으며 올해는 21억1600만달러(2조4700억원)로 27.7%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는 미국 주요 업체를 대상으로 전자식 주차브레이크(eDIH)와 ADAS용 레이더 등을 납품하고, 중국 시장에 전자식 조향장치(R-MDPS)와 전자식 차체 제어 시스템(ESC), 배터리 충전기(OBC) 등을 공급할 예정이다.
LG그룹과 SK그룹은 전자, 화학, 통신 등 3대 축으로 사업이 흩어져 있어 상대적으로 특정 계열사 의존도가 덜한 편이다. 하지만 SK그룹의 경우 SK하이닉스가 그룹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SK하이닉스가 올해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으로 구성된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 운영비로 내는 금액은 486억3800만원으로, SK이노베이션이나 SK텔레콤이 내는 운영비의 3~4배에 달한다. SK하이닉스는 SK텔레콤 자회사로 편입돼있어 SK하이닉스 실적 악화는 SK텔레콤 부진으로도 직접 연결된다.
김재홍·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