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아경 기자] 롯데케미칼이 미국 에탄크래커(ECC) 공장 가동을 통해 글로벌 사업에 속도를 낸다. 북미지역의 셰일가스 ECC 사업에 진출한 것은 아시아 석유화학사 중 롯데케미칼이 처음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적극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롯데' 구축에도 한발짝 더 다가설 것이란 전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오는 9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소재 ECC 공장의 준공식을 갖고 본격 상업 가동에 들어간다. 신동빈 회장은 준공식에 참석해 사업을 직접 챙길 예정이며, 이날 행사에는 이낙연 국무총리도 참석한다.
ECC는 셰일가스 부산물인 에탄을 투입해 화학산업의 기초원료인 에틸렌을 생산하는 설비다. 국내 화학사들은 원유의 부산물인 나프타를 원료로 투입하는 NCC(납사크래킹센터)로 에틸렌을 만든다.
총 3조5200억원이 투입된 미국 ECC 공장은 북미지역에서 생산된 저렴한 셰일가스를 원료로 연산 100만톤 규모의 에틸렌과 70만톤의 에틸렌글리콜을 생산한다. 가동 후 롯데케미칼의 총 에틸렌 생산량은 연간 450만 톤으로 증가한다. 이는 글로벌 7위 수준이다. 연간 매출도 8000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롯데케미칼은 미국의 셰일가스 기반 저렴한 에틸렌 제품 수출이 중장기적으로 국내 화학업계에 위협이 될 것이란 우려에 따라 선제적으로 이번 ECC 투자를 진행했다. 롯데케미칼은 미국 ECC 공장을 통해 저가의 가스 원료 사용 비중을 높이고, 나프타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위치한 롯데케미칼의 에틸렌(ECC) 공장. 사진/롯데케미칼
미국 ECC는 신 회장이 공들여 온 사업으로 2016년 6월 착공 이후 3년 반만의 결실이다. 당시 신 회장은 기공식에 참석해 "롯데케미칼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종합화학회사로 도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신 회장은 오는 2023년까지 20조원을 화학·건설 부문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힐 정도로 화학부문을 그룹의 핵심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아울러 롯데케미칼은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일환으로 롯데첨단소재 흡수합병도 검토하고 있다. 롯데첨단소재의 지분은 롯데케미칼이 90%, 삼성SDI가 10%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에틸렌을 비롯해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기초화학제품을 생산(업스트림)하며, 롯데첨단소재는 기초화학제품을 바탕으로 ABS·PC 등 합성수지와 인조 대리석, 엔지니어드 스톤 등 고부가 제품을 생산(다운스트림)한다.
업계는 두 회사가 합쳐지면 제품 수직 계열화로 법인간 거래를 통한 비용 절감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대규모 투자가 마무리된 시점에 고부가 제품을 공격적으로 장착해 안정적 실적 유지 및 이익률 향상도 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향후에는 다운스트림을 통한 해외 진출 시도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롯데첨단소재 흡수합병은 검토는 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이사회도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아경 기자 akl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