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강달러 파워에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두고 상승과 하락의 압박 사이에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것은 대내외 리스크가 만만치 않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 심화에 미국이 최근 견조한 경제 지표를 내놓으면서 시장이 강달러에 힘을 실는 형국으로 전개되고 있다. 글로벌 자금이 달러를 투자처로 삼으면서 조만간 1200원대 중반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주 금요일 대비 1.5월 하락한 1194.2원에 거래를 마쳤다. 3거래일 만 하락세로 10일(-3.5원) 이후 내림폭이 가장 컸다. 당국이 이날 환율 급등을 경계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1200원의 심리적 저지선에서 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많다.
종가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마지막으로 터치한 것은 2017년 1월9일(1208.3원)이다. 이후 하락 추세를 이어오던 환율은 올 들어(2018년 12월28일 1115.7원)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오며 78.5원이나 뛰었다.
무엇보다 달러화는 미국 제조업과 고용 지표가 양호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말 발표된 5월 필라델피아 제조업지수는 16.6으로 전월(8.5)보다 개선됐고, 주간 신규실업수당청구건수는 21건2000건으로 전주보다 1만6000건 감소했다. 오는 23~26일 유럽의회 선거가 예정돼 있으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갈등이 지속된다는 점도 달러 강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반면 원화는 수출이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째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는 등 경제 지표 부진이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리스크가 재차 확대된 영향도 컸다. 원화는 대만달러와 함께 무역분쟁 격화에 따른 최대 피해 통화로 거론된다. 두 국가는 중국과의 무역 비중이 높거나 중국 경제에 따른 민감도가 높은 편이다. 대만달러는 미 달러대비 올 들어 지난 17일까지 0.182달러(2.7%) 오르며 평가 절하됐다.
안영진 SK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우리의 경우 총 수출의 26%가 대중국이며 중간재로 범위를 넓히면 70%에 가까운 비중"며 "우리 경제가 (수출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대비 더 취약하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대외 리스크가 심화될수록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더 높아진다는 점 등의 특수한 상황까지 더해져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세는 다른 통화보다도 가파르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의 추후 상승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원화 약세 현상에 제동을 걸 요인이 현재로서는 뚜렷하게 보이지 않기 떄문이다. 심지어 하이투자증권은 1250원을 넘길 가능성을 제시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협상 불안감이 지속된다면 원·달러 환율은 1180~1250원선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중 무역협상 결렬 등 최악의 상황에서는 1250원선을 상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1200원을 단기적으로 상회한다고 해도 외환시장의 구두 및 실제 시장개입 가능성 등으로 중기적으로 재차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이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금융시장 가격변수 변동폭'을 우려하면서 "시장안정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관련해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원·달러 환율 급등을 방치할 경우 그 자체가 금융 불안의 새로운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외환당국이 인지하고 있다"며 "다음달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에서 무역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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