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숨 고르기를 마친 행동주의펀드 KCGI가 한진그룹에 대한 압박을 다시 본격화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KCGI가 지분을 더 늘려 공세 수위를 높이면서 경영 참여에 주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한진칼은 KCGI(그레이스홀딩스)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검사인 선임을 신청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고 조양호 회장에 대한 퇴직금 지급과 조원태 회장 선임이 제대로 이뤄진 것인지에 대해 따져보겠다는 취지다.
KCGI가 현 시점에서 압박 수위를 다시 높이고 있는 것은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완전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4월 조양호 회장 별세 후 공정거래위원회 동일인(총수) 변경 과정에서 서류 제출이 지연됐고 가족 간 갈등설이 제기됐다. 조원태 회장도 이달 초 국제항공운송협회 연차총회 관련 간담회에서 "협의가 완료됐다고 얘기할 수 없지만 잘 진행되고 있다"며 갈등이 있음을 사실상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양호 회장의 한진칼 지분 17.84%를 상속받는 과정에서 남매간 분쟁이 발생한다면 조현아·현민 자매가 보유한 지분은 조원태 회장의 우호지분이 되기 어렵다. 이 경우 조원태 회장은 10% 넘는 지분을 잃게 돼 KCGI와의 지분 차이가 크게 좁혀진다. 현재 최대주주 측 합산 지분율은 29.84%고 KCGI는 15.98%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KCGI가 조원태 회장을 압박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는 것을 넘어 경영 참여에 힘을 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지분율 확대는 경영권 분쟁으로 시세차익을 노리는 게 아니라 지배구조와 체질 변화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길을 가겠다는 뜻을 보여준 것"이라며 "올해 초 발표한 한진그룹 개선안 실현을 위해 경영 전반에 충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만큼 지위를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에 보유한 주식만으로도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고, 한진칼의 주가가 과열 상태에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추가 매수한 것은 장기적으로 더 큰 이익을 내겠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KCGI는 앞으로도 계속 지분을 확대할 것으로 관측된다. 투자자들의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으며 글로벌 부문을 신설해 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 유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